“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규모 개발 업체를 인수하려 합니다.” 중소규모의 SW 업체 A사는 인력확보에 애가 타서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핵심기술 확보나 새로운 시장 개척 목적보다는 순전히 소프트웨어(SW) 분야 개발경험이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회사를 인수해서라도 10여명의 개발인력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지금 상황에선 ‘감지덕지’라는 게 A사 입장이다.
“인수한 회사의 개발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기업 계열 SW 업체 B사는 1년 전 명문대 출신 개발자 수백명을 확보해 놓고도 이들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인력 활용에 대한 뚜렷한 전략이 없다. 그러면서도 SW 인력은 계속 상시 충원하고 있다. 클라우드 등 신규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처럼 인력확보 측면에서도 ‘빈부 격차’는 발생한다.
최종욱 마크애니 사장은 “호수의 어린 물고기마저 저인망식으로 싹쓸이하면 결국 그 호수는 생물체가 존재하지 않는 죽은 호수가 될 것”이라며 “SW 업계에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시장 자체가 없어지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대기업에서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최신 트렌드에 맞춰 인력 충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중소규모 기업과의 SW인력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SW 관련학과 출신의 예비 인력들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의 이공계 대학원의 정원 미달 사태가 이를 반증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최근 발표한 ‘2010년 SW 인력수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3년간 SW 및 IT관련 전공 신규인력수가 점차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11년 2만471명, 2012년 1만9801명, 2013년 1만9682명이 배출된다. 게다가 SW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으로 전공자가 관련 직종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비율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조영훈 한국SW산업협회 산업지원실장은 “SW 인력들의 보수가 많지 않으면서도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관련 전공자 자체도 현격히 줄어들었고, 기존 SW엔지니어들도 전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SW엔지니어로서의 비전 부재가 인력 유입의 가장 큰 장벽이라 지적했다.
이에 중소규모 SW 업체들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인력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월급 인상은 물론 직원 추천프로그램, 헤드헌터, 대학 취업캠프 지원, 직업 교육기관 연계, 해외인력 활용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기존 직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역량 강화에 필요한 각종 교육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대기업 복지 수준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오히려 무리하게 모양새를 갖추려다 사내 경영여건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HR전문솔루션 업체 화이트정보통신은 프로젝트 개발자를 한시적으로 나마 외부에서 조달하기 위해 외부 개발자 1인당 용역비를 20~30% 인상했다. 도통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내린 조치지만 프로젝트 종료 후 적자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로 작용한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박재호 와이즈넛 대표는 “SW산업의 이 같은 ‘빈곤의 악순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표>향후 3년간 SW 관련학과 졸업생 수(단위:명)
<출처:NIPA, 2011>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