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찬 건국대 학생, 국내 첫 장애인 e스포츠 심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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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장애인 e스포츠 심판이 된 고석찬씨.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2학년이다.

 국내 첫 장애인 e스포츠 심판이 탄생했다.

 고석찬씨(23·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2학년)가 국내 첫 장애인 e스포츠 심판으로 선발됐다. 고씨는 올 여름방학 동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산하 고용개발원과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이 운영하는 장애인 e스포츠 심판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3급 심판 자격을 받았다. 그는 오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 장애인 e스포츠대회’에서 보조 심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장애인 e스포츠 심판 양성 과정은 장애인의 사회활동 기반 조성과 직업영역 확대를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지체장애 1급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해 입학사정관제로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에 합격한 고씨는 애니메이션·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 블로그’로도 유명하다.

 그는 게임 기획자를 목표로 다양한 이론과 실무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에 e스포츠 심판에 도전하게 됐다. 고씨는 최근 아이폰의 새로운 앱 게임 ‘벨로스터HD’ 시연회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프로게이머들과 시범게임도 겨뤘다.

 고씨는 2003년 3월 고등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얼마 안 있어 척수염 수술을 받던 중 하반신이 마비돼 3년 이상 병원 신세를 졌다. 절망에 빠진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3년간 하루 18시간씩 컴퓨터 게임만 했다. 그는 “그땐 자살까지 생각했다”면서 “어느 날 TV에서 저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분이 장애를 딛고 박사학위까지 따 자립하는 걸 보고 ‘나는 왜 이러고 살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6년, 전북 군산에서 살던 고씨는 부모의 걱정을 뒤로 하고 서울의 한 재활원에 입소했다. 대학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블로그를 만들어 자신의 게임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한창 블로그 활동을 활발히 할 때는 하루 방문자 수가 1만명을 넘었고, 총방문자 수가 280만명에 이를 정도였다. 그는 앞으로 문화 콘텐츠 기획자로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고씨는 “e스포츠는 신체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도 손쉽게 즐길 수 있어 국내에서 장애인들이 여가생활과 스포츠 활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면서 “IT가 더 발달하고 공학기기와 e스포츠를 융합해 컴퓨터에 접근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불편한 분들까지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내가 제일 바라는 소망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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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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