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줬다. PC 이후 세상을 가장 빠르게 바꾸고 있는 주역이지만 빛이 밝으면 어둠도 짙은 법이다. 잘 나가던 몇몇 글로벌 기업은 스마트폰 열풍으로 주력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해 실적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스마트폰이 발목을 잡은 대표적 사례는 닌텐도다. 닌텐도의 2분기 실적은 매출 939억엔에 영업적자 377억엔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났다. 영업적자는 지난 2004년 닌텐도가 분기별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닌텐도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휴대용게임기 부진이다. 닌텐도 신화의 주역 ‘닌텐도DS’가 구닥다리로 밀려났지만 이를 대신할 신제품 ‘닌텐도3DS’는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니혼게이자이는 그 배경을 스마트폰의 등장에서 찾았다. 스마트폰에서도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는 휴대용게임기를 외면했다.
이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닌텐도3DS 가격을 2만5000엔에서 1만5000엔으로 파격 인하했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밝지 않다. 닌텐도는 2011년 예상 실적 가이드라인도 크게 낮췄다. 당초 1100억엔이었던 예상 영업이익은 200억엔으로 조정했으며, 3년 연속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스마트폰의 희생자는 마우스와 키보드 명가 로지텍이다. 이 회사는 2분기 4503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 1180만달러 흑자의 기억은 잊혀졌다. 스마트폰 시대의 위기감 증폭으로 로지텍 주가는 2001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제럴드 퀀를린 CEO가 사임하고, 가리노 드 루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실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유럽 시장의 PC 주변기기 매출 급감이다. 스마트폰의 입력장치는 터치스크린이다. 손가락이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신한다. 소비자가 PC에서 멀어지면서 명품 대우를 받던 로지텍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찾지 않은 셈이다.
하드디스크 업계도 스마트폰 유탄을 맞았다. 하드디스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시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모두 매출은 제자리걸음에 수익률은 떨어졌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저장매체로 하드디스크 대신 플래시메모리를 선택하면서 생긴 결과다.
시게이트는 2분기 1억19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2분기 3억7900만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웨스턴디지털도 비슷하다. 2분기 영업이익은 1억5000만달러로 1년 전 2억6500만달러에서 40%나 줄었다.
<표>스마트폰 열풍에 추락한 글로벌 기업의 실적
장동준·이수운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