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법인을 중화권 증시에 상장하려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늘고 있다.
상장을 통해 현지법인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게 하고, 해외법인의 현지화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빠른 투자비 회수도 현지 상장을 고려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31일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에는 홍콩 및 대만 증시가 주로 활용됐지만, 중국 자본시장이 지금보다 안정화되면 상하이 증시에 직접 상장하는 기업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리드프레임 제조기업 피에스엠씨(구 풍산마이크로텍)는 중국합자법인을 중국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을 주로 생산하는 B사는 5년 전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설립했다. 일반 부품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 내륙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B사는 애초부터 현지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중국에 진출했다. 당장 비싼 땅값을 치루더라도 향후 상장할 때 상하이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현명한 판단이라는 평가다.
콘덴서를 주로 생산하는 A사는 최근 중국법인의 연구개발·재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법인은 단순히 생산을 담당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독자적으로 회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핵심 부문을 추가할 계획이다. A사는 2개의 중국법인이 자생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 3년 후 홍콩 혹은 대만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내 부품업체들은 중국법인을 단순한 생산기지로만 활용했다. 연구개발·자금 조달·영업 등의 기능은 국내 본사에서 담당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높이는 동시에 외국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의 중국 법인도 과거에 비해 체질 개선이 진행됐다. 이 영향으로 국내 부품업체들의 중국법인 가치 자체가 상승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업체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 부품 등 첨단 업종에 포함돼 현지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화권 증시에 상장하면 외국기업으로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현지 세트업체에 좀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인력을 채용하는데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본사 입장에서는 중국에 투자해 거둔 이익을 국내로 가져오는데 현지 상장은 굉장히 유용한 방법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낸 수익을 국내로 가져오기가 까다로워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화권 상장을 추진하는 부품업체도 있다”면서 “보통 국내 업체들의 현지법인 주식을 30% 정도 공개하면 그동안 본사가 투자한 금액을 대부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