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전북나노기술집적센터는 20억원을 들인 잉크젯 프린터 4대를 거의 운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그나마 1주일에 1~2회 썼지만, 요즘들어 수요자가 크게 줄었다. 인쇄전자 트렌드가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는 특수고객만 활용하고 있다.
전국 7곳에 1조원이 투입된 나노인프라 운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예산지원도 대부분 끝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전국의 나노 인프라는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포항과 전북, 광주, 대구 등 4곳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전과 수원 등 2곳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들 인프라 운영률은 대략 20~50%대에 불과하다. 서비스 개시일이 2005년에서 2006년으로 다소 빠른 교과부 산하 인프라시설은 장비가동률이 다소 높고, 서비스가 늦은 지경부 산하 시설들은 상대적으로 운영률이 더 저조하다.
장비를 외부이용자가 직접 사용하도록 하는 장비개방형 운영률은 비교적 성과가 좋은 수원특화팹, 대전종합팹, 대구나노센터 등이 50% 전후에 불과하다.
나노인프라에 대한 정부지원도 내년 4월이면 대전 나노종합팹을 끝으로 모두 종료된다. 이들 기관의 후속사업도 없는 형편이어서 기관 존립위기도 거론된다.
나노 관련 연구장비와 시설은 10년 이상 되면 거의 쓸모가 없어져 지속적인 장비 업그레이드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정부 계획은 2017년 이후에나 잡혀있는 상황이다. 나노장비는 설치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장비 업그레이드와 시설 유지를 위해 설치비의 10%를 비용으로 확보해야한다.
이와함께 국내 나노인프라는 공공성과 자립화 확보라는 모순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공공성을 추구하면서 자립화의 근간인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 같은 행태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의 경우 벨기에 나노팹인 ‘IMEC’가 자체수입이 3200억원이나 되지만 정부출연금 900억원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나노팹인 ‘미나텍’은 자체수입이 914억원이고, 정부지원 1830억원을 받고 있다.
나노장비 전문가는 “한국형 나노인프라 독자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장비 투자비와 선행공정개발예산 지원이 없다면 나노기술 연구기반을 버리는 상황이 도래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귀로 나노종합팹센터 소장은 “기관의 존폐 여부를 고민할 만큼 주변여건이 힘든게 사실”이라며 “해외 처럼 나노시설은 R&D를 위한 기본 인프라로 인정, 정부지원이 지속되는 방법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노인프라별 장비 운영률(단위:%)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