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KISDI 신임원장 인선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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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장이 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신임원장에 응모한 인사 면면이 알려지면서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한 주 내내 뒤숭숭했다.

 논란이 확대됐다. 안팎으로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인신공격성 언사가 높아갔다. 한 마디로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흡사 부글부글 끓는 냄비라고나 할까.

 온도차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분위기는 그랬다. 정권이 바뀌면서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국가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번 건은 특히 그랬다.

 원래 정권 말 기관장은 인기없는 자리다. 시기적으로 선거용 경력관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투 하나 쓰겠다는 사람이거나, 정권의 논공행상 대열에 막차 타는 심정이 아니라면 그렇다.

 그런데도 다섯명이나 몰렸다. 김동욱 서울대 교수, 이기주 전 방송통신위원회 실장(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이명호 KISDI 통신정책연구실장, 이봉호 서울여대 교수, 정동길 명지대 교수 등이 그들이다.

 일찌감치 내정설이 나돈 인사는 응모조차 하지 않았다. 유력 주자였던 그는 일찌감치 정권적 차원의 명분론으로 내정설을 기정사실화 했으나 지금은 잠행 중이다. 논란의 중심에 또다른 ‘그’가 섰다. 그는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IT분야 조직개편 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박재완·박형준 등 인수위원회 핵심 멤버들과 정통부와 과기부 해체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벌써부터 배경설이 나도는 이유다. 유력 인사가 중도 하차한 마당에 등장한 탓이다. 일부에서는 교감설 또한 강하게 확산되고 있다. 교감설의 진원지로 정치권과 현 정권의 인사가 거론됐다.

 긍정론도 있다. 방송과 통신을 두루 아는데다 정권 차원의 거버넌스 수립의 핵심 이론가라는 점이다. 정권 차원의 정보통신 정책 이론을 수립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반론도 적지 않다. 학자로서 행정이론에 밝은 것은 맞지만 실무 행정과 산업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론가로서의 장점도 실은 이상적인 행정이론가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가 포함된 인수위원회 주도의 부처 해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용역을 의뢰해 서울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구조는 행정 효율성 제고라는 조직개편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부처 해체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사가 그 부처 정책개발을 담당할 산하기관의 수장으로 적합한가라는 논란이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정통부 시절 IT 자랑거리를 전시하던 서울대공원 IT월드는 사설 취미박물관으로 문패를 바꿔달았다. 현 정부가 국가 성장동력 부처인 IT컨트롤타워 해체의 당위성을 외치는 사이 벌어진 상징적인 단면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신임원장 인선이 현 정부의 IT에 대한 인식의 바로미터라는 점이다. 그동안 입법부 수장과 해당부처 사령탑이자 정권 실력자, 여당과 야당 주요 인사들이 정부조직 구조 개편의 문제점과 실패를 시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논란의 문으로 자청해서 들어선 것도 그다. IT컨트롤타워 해체의 당위성을 평가받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어려운 결정이다.

 그가 답해야 할 차례다. IT컨트롤타워를 해체한 것이 제대로 된 결정이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KISDI마저 해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답하는 게 우선이다.


 


 박승정 방송통신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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