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재팬’ 신화가 흔들린다. 산업별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기업 시장 점유율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IT 분야 쇠락은 더욱 뚜렷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기업 32개 분야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를 25일 보도했다.
일본 기업이 세계 1위를 차지한 분야는 2009년보다 1개 늘어난 10개지만 6개 품목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각 분야 5위까지 합친 수에는 일본 기업이 50개가 포함됐다. 작년보다 2개 줄어든 수치다. 반면에 한국 기업은 18개에서 19개로, 중국 기업은 10개에서 14개로 늘었다.
2010년 세계 경제는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신흥 시장 수요가 늘면서 회복세를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가 조사한 32개 품목 중 30개 시장 규모가 커졌다. 반면에 일본 기업은 1위를 달리는 10개 품목에서 시장 점유율 약세를 보였다.
자동차(도요타)를 비롯해 다관절 로봇(파낙), 게임기(닌텐도) 등 6개 품목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 산업용 차량(도요타)은 제자리걸음이었으며 비디오카메라(소니)와 원유 수송(미쓰이쇼센), 자동차 수송(니혼유센) 3개 분야는 소폭 상승했다.
일본 기업 약세는 IT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 시장점유율이 모두 동반 하락했다. 세계 시장이 70%나 커진 LED 시장에서 절대강자였던 니치아는 점유율이 30% 아래로 처음 떨어졌다. 삼성LED 등 한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다.
OLED 패널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점유율이 2009년보다 11.3%포인트 높아지며 독주 체제를 굳혔지만 일본은 파이오니아와 TDK가 3, 4위에 그쳤다. PDP 역시 파나소닉의 점유율이 2.7%포인트 낮아졌다.
일본 우량 기업의 자존심인 캐논도 잉크젯프린터 시장에서 점유율이 1%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1위 HP와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컴퓨터단층촬영(CT) 시장에선 히타치가 GE와 지멘스의 치열한 경쟁에 밀려 5위까지 밀렸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 세계 시장점유율 하락 원인을 엔고와 신흥시장 진출 지연으로 꼽았다. 2010년 엔 달러 평균 환율은 1달러당 87엔으로 사상 처음 80엔대를 기록했다.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한국과 중국 기업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표>세계 시장 1위 일본 기업의 점유율 추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