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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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이 전기를 공급하는 전문병원이라면 전기설비의 안전관리, 진단과 점검, 응급조치까지 전기의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전기안전공사는 ‘전기종합병원’입니다. 전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국민은 한전을 찾지만 사실은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달려갑니다. 발전사들이 전기를 생산하면 한전은 국민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우리 공사는 국민들이 전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역할입니다.”

 취임 50일을 맞은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서울 고덕동 본사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전기안전공사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전기종합병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전기안전공사가 한국전력의 계열회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별개의 준정부기관입니다. 전기 공급이 한전의 주요 업무라면 우리 공사는 전기안전과 점검, 설비 등 국민들이 전기와 통(通)할 수 있게 돕는 손과 발입니다.”

 박 사장은 건설 분야에 시공과 감리가 분리돼 있는 것처럼 전기 공급을 제외한 사후관리는 모두 전기안전공사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지난 30여년간 국무총리실 등에서 국가정책을 총괄, 기획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도맡아 해왔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공복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또 다른 삶을 선택한 그의 도전은 주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총리실 업무가 다소 추상적이었다면 여기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많다”며 “30여년 국정운영 총괄 경험을 토대로 재미와 보람을 찾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이 임기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현장경영과 전기안전 관리시스템이다. 그는 취임 직후 핵심 업무를 맡고 있는 경영기획처 업무보고를 제외한 모든 보고를 뒤로 미뤘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다. 현장 중심 시각과 경험을 갖추기 위해 취임 초 모든 간부들에게 “불시에 방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장을 알아야 올바른 경영전략을 세울 수가 있습니다. 설비와 안전점검 등 전기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여건이 다른 만큼 모든 상황을 종합해 분석하고 현장에 맞는 답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향하는 박 사장의 뒷모습에서 현장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다.

 그의 또 다른 경영전략은 전기안전관리시스템 선진화다. 향후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의존한 에너지 사용행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안전시스템 역시 선제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사후에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해 마련하지 않고 선도적 안전체계를 마련, 국민이 그 시스템에 맞춰 설비할 수 있도록 제도나 기술을 바꿔야 한다”며 “이는 건강보험공단이 건강검진을 실시하면서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 초점으로 옮겨간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나 전력IT시스템 등 전력운영기반이 점차 예방차원 관리감독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큰 틀에서의 전기안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신전기안전 관리시스템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개발해 수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그는 “현재 UAE나 에티오피아·방글라데시 등에 한국형 전기안전 기술이 투입돼 많이 쓰이고 있다”며 “전기안전과 관련해서 후진국과 개도국에 한국형 모델을 전파해도 좋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기술과 인프라를 통해 ‘전기안전 한류’를 일으키겠다는 의지다.

 ‘공기업의 사명=공익을 위한 존재’ 박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에너지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을 위해 공기업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부적합 전기설비 개선 및 무료전기점검 등을 수행하는 ‘스피드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주거용 전기설비에 돌발 고장이나 정전이 발생할 경우 지역번호 관계없이 1588-7500으로 신고하면 전국 60개 사업소 중 가장 가까운 사업소에서 즉각 출동한다.

 “옥외배전은 한전이 관리하고 있지만 옥내전기설비는 개인 재산으로 규정돼 있어 각 가정에서 고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전업사 등 공사업체에 의뢰하면 별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스피드콜을 이용하면 24시간 무료 출동이어서 사용자의 고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소방서에 119가 있다면 국민들의 전기안전 119에는 ‘스피드콜’이 있는 셈이다. 전기안전공사가 상반기까지 진행한 주거용 전기고장 24시간 응급조치 실적은 2만7956건으로 연말까지 6만2600건의 출동서비스를 예상하고 있다.

 ‘맡은 바 소임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말자’라는 인생철학을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개인의 이득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신명나는 직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이를 위해 총리실에서 펼친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을 도입했다. 높은 가치를 지닌 주식에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것처럼 능력과 전문성이 뛰어난 조직구성원이 더 우대받는 풍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투명한 인사기준, 공정경쟁, 실적 중심의 성과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주식시장형 인사시스템의 목표”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은 인사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30여년간 총리실 등에서 근무해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박 사장은 인적 네트워크도 단연 돋보인다. 박 사장은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첫발을 내딛었다. 선·후배 동료들이 현정부 주요 요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공사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비전과 역할을 제시하기 위해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인프라와 노하우를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올해로 공사가 창립된 지 38년이 됐습니다. 세계 최고의 전기안전전문기관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전기안전공사가 되도록 임직원과 함께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30여년 공복에서 이제 ‘야전사령관’으로 변신한 박 사장이 어떤 전략과 전술로 전기안전공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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