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97%에 이를 정도로 자원빈국이다. 석유화학·철강·반도체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비중이 높아 고유가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6년 전 배럴당 30달러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개인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저렴한 전기요금은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방안과 비싼 요금을 부담하는 해외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모범적 실천 사례를 5회에 걸쳐 살펴본다.
‘버스 120원→900원, 자장면 350원→3500원, 전기 74.2원→89.6원.’
지난 1984년과 2008년의 소비자 물가요금 상승분을 비교한 것이다. 버스요금과 자장면 가격이 각각 7.5배와 10배가 증가한 반면에 전기요금은 1.2배에 그쳤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62%를 차지하는 화력발전 연료인 유연탄과 유류의 국제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1월 톤당 108달러이던 유연탄 국제가격은 2009년 1월 85.40달러로 내려앉았지만 국제정세 불안으로 지난해 1월 111.75달러로 다시 높아졌고 지난 1월에는 143.63달러로 껑충 뛰었다. 하반기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역시 배럴당 100달러에서 105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5개 발전사들의 발전 비중은 아직도 유연탄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어 원가상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전사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물가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전력 관계사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발전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자력은 설비 등에 있어 한계가 있고 유류는 수익성이 없어 유연탄을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료별 발전단가에서 1㎾h당 원자력은 3.74원(사용 후 핵연료 처분비용 제외)으로 유연탄(44.59원), 유류(218.12원), LNG(127.81)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규모와 설비 측면에서 운용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 관계사들의 영업손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관련 업계는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하는 1차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시장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전기요금은 무척 싸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소비자 전기요금은 1㎾h당 82.24원으로 독일(344.96원), 일본(243.50원), 영국(220.01원), 미국(122.82원) 등 주요 선진국보다 한참 낮다. OECD 주요 국가 가운데 한국지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미국은 151, 일본 242, 영국 244에 달한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싼 전기요금은 냉난방 전자제품을 전기기기로 모두 바꾸어 놓았다”며 “요금 현실화로 왜곡된 수요 구조를 정상화하고 기업과 소비자가 스스로 에너지절약을 생활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