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하겠다고 했다. 고압적인 태도를 벗고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겠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금융감독원이 새 검사 절차 도입을 선언하며 약속했던 내용이다.
올 상반기 사방에서 뭇매를 맞던 금감원이다. 일부 직원들은 비리에 연루됐고, 은행·카드사에 감독을 나가도 면이 서질 않았다. 게다가 고유 권한까지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확실한 변화의 제스처를 취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검사 행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대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검사 절차 개선이다.
그로부터 한 달. 과연 금감원의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은행·카드사 관계자들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검사받는 분위기가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이 ‘행차’할 때마다 업무를 미루고 자료 정리와 접대에 매달려야 했던 금융기관으로서는 변화가 피부로 느낄 정도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얼마 전 정기검사를 받은 한 카드사 관계자는 “태도는 달라졌는데,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간이 갑절로 걸린다고 했다. 검사 담당자가 대폭 물갈이된 탓이다. 검사 나온 금감원 직원은 해당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강하게 몰아치기 힘들고, 피감기관 직원은 아주 상세한 내용까지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니 피곤해지는 것이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닌 듯하다. 그는 “불편하니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전문성은 문제가 되진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권 원장은 “원래 난 다 바꾸는 체질”이라고도 했다. 이쯤 되면 새 검사 절차 도입 효용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 환골탈태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검사 절차 개선이 위기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이벤트였는지, 전반적인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