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세계적으로 중국산 유제품을 원재료로 한 식료품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습니다. 중국산 분유에서 멜라닌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멜라민 파동’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식약청은 중국산 분유와 우유 등 402개 품목을 검사해 216개에 대해 유통 및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식약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3만9000명을 동원해 일제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멜라민 파동처럼 상품 판매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품의 신속한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요인이 증가하고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위해상품의 유통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것이 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 무엇인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Q: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은 무엇인가요?
A: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위해상품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입니다. 차단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정부는 위해상품 정보를 확인 후 바로 대한상공회의소에 알려줍니다. 위해상품 정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관리하는 코리안넷에 축적됩니다. 코리안넷(www.koreannet.or.kr)은 제조업체들이 만든 상품의 업체명, 상품규격, 이미지 등 정보를 관리하며 동시에 유통업체에 일괄 제공하는 일종의 전자카탈로그입니다. 올 6월 현재 1만여개 업체의 130만개 상품정보가 저장돼 있습니다. 코리안넷에 담겨 있는 상품 가운데 위해상품으로 지정되면 바로 유통업체에 그 사실이 통보되는 것입니다. 마트·슈퍼마켓 등 유통매장의 계산대에서는 이 정보를 인식해, 위해상품은 계산이 안됩니다.
Q: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 도입으로 얼마나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까?
A:정부에서 판정한 위해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유통매장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구축 이전에는 유통매장에서 위해상품 정보를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시스템 구축으로 위해상품 정보가 알려진 이후에 유통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위해상품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알았다고 해도 시스템 상으로 즉각 판매차단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계산하는 단말기가 알아서 판매를 차단하는 형태입니다. 이 시스템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유통업체에서 위해상품 여부를 알고 판매를 차단하는데 반나절에서 하루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설치 후에는 30분으로 단축됐다고 합니다. 특히 시스템 설치 이전에는 유통업체가 위해상품을 통보 받은 후 매장에서 해당 상품을 회수하기 위해 고생을 했지만 시스템 설치 후에는 우선 판매차단이 되기 때문에 서둘러 상품을 회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습니다.
Q:시스템 도입으로 유통매장 또는 소비자의 피해나 불편은 없나요?
A:유통매장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정부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을 보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을 구축하면 정확하고 신속하게 위해상품 판매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큰 비용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유통매장에 시스템이 설치되기 이전에는 소비자가 미리 위해상품 정보를 알아야 했습니다. 매장에서도 일일이 위해상품 여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도입으로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졌습니다. 위해상품 불안감에서 해방돼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Q:우리 집 앞 슈퍼에는 언제쯤 설치될까요?
A: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요 23개 유통회사의 전국 2만4000여 매장에 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이 구축됐습니다. 롯데마트·이마트 등 대형마트 494곳, 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27곳, GS슈퍼·나들가게 등 슈퍼마켓 5022곳, 훼미리마트·GS25 등 편의점 1만6542곳, 그리고 메가마트·초록마을 등 기타 소매업체 2173곳 등에 설치됐습니다. 여기에 온라인쇼핑몰인 현대홈쇼핑과 CJ오쇼핑에도 구축됐습니다. 롯데슈퍼, CJ올리브영, 농수산홈쇼핑 등도 조만간 구축될 예정입니다. 이들 온·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하루 1000만명이 넘습니다. 날마다 1000만명 이상이 위해상품 판매차단시스템 도움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형유통매장에는 올해 안에 100% 구축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동네에 있는 슈퍼마켓·구멍가게 등에도 2016년까지 대부분 설치될 예정입니다. 전국적으로 유통매장의 75%인 2만9000여 매장에 설치를 끝낸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관련도서>
◇‘소크라테스와 CRM’ 김영걸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가인 김영걸 KAIST 교수(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장)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트위터에서 진행한 CRM 강의를 책으로 옮겨 놓았다. 현장 마케팅 담당자들이 고민하는 사례들을 통해 CRM의 핵심개념과 원칙을 전한다. 질문을 하고 수강생들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해답을 깨닫게 한 것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닮았다. 대부분의 질문에서 수강생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답을 찾아나갔다. 때로는 CRM 전문가들도 갑론을박하는 논점을 현장의 시각으로 파헤쳤다. 강의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비롯 국내 유수 기업들의 고객관리·마케팅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유통정보시스템’ 조선구·김성배 등 지음, 두남 펴냄.
유통업체 및 제조업체의 실무자 그리고 대학에서 교과목으로 유통과 경영을 배우는 학생을 위한 교재다. 유통정보시스템의 기초적인 이론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주요 구성 내용을 보면 정보의 이해에서부터 유통정보시스템의 이해,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 소개, 국내 POS 시스템 추진현황 그리고 유통정보와 물류관리, 전자상거래 등이 담겨 있다. POS 시스템은 팔린 상품에 대한 정보를 판매시점에서 즉시 기록함으로써 판매정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다. 점포판매 시스템이라고도 한다. 도서에는 또한 유통정보시스템의 사례연구 내용과 함께 유통정보시스템 관련 용어 해설도 담았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