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이 800㎒와 1.8㎓ 신구 황금주파수를 놓고 황금시나리오 찾기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음달 주파수 동시 경매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양사는 두 가지 대역 조사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경매원칙에 따라 어느 회사도 두 대역 모두를 가져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원하는 주파수를 먼저 차지하는가, 아니면 경쟁사가 관심을 놓아버린 대역을 가져가는데 만족할 것인가. 두 회사 사이에 복잡한 수 싸움이 한창이다.
◇“최적 주파수 찾자”=KT는 지난 5일 경기도 분당 사옥에서 각 사업부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주파수 관련 회의를 가졌다. 네트워크 부문을 비롯해 대외협력, 서비스 담당자가 모여 800㎒와 1.8㎓ 효용성 분석과 경매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6일 KT 주최 IT CEO 포럼 행사장에서 만난 김성만 KT 네트워크부문장은 “수시로 관련 실무자가 모여 회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부문장은 “800㎒와 1.8㎓ 대역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지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SK텔레콤도 실무진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두 대역 조사연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TF에는 여러 부서 담당자가 참여해 다각도로 두 주파수 평가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어느 쪽으로든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대역 주파수의 매력=KT는 1.8㎓ 주파수(대역폭 20㎒)를 가졌고, SK텔레콤은 800㎒ 주파수(대역폭 30㎒)을 보유했다. 이는 KT와 SK텔레콤이 각각 1.8㎓와 800㎒ 대역을 추가로 얻는다면 어느 대역보다 많은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KT와 SK텔레콤이 각기 보유하지 못했던 800㎒와 1.8㎓ 주파수를 가져가면 투자 부담이 늘어난다. KT는 800㎒를 추가로 확보할 경우 기존 900㎒, 1.8/2.1/2.3㎓ 등 운영하는 대역이 다섯 개로 증가한다. SK텔레콤도 1.8㎓를 더하면 4개 대역이 된다. 그만큼 망 관리와 투자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두 회사가 광대역 주파수 확보로 통신망 효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 우선점을 둔다면 KT는 1.8㎓, SK텔레콤은 800㎒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과 견제는 필연=지난 10여년간 2, 3위 이통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원조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저대역 주파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주파수 할당 심사에서 각각 900㎒와 800㎒ 대역을 확보했다.
두 회사가 저대역 주파수 확보에 공을 들였던 것은 SK텔레콤이 1위 사업자 자리를 굳힌 배경에 통화품질이 좋은 800㎒ 주파수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KT 입장에서는 원조 황금주파수인 800㎒를 새로이 확보하는 동시에 SK텔레콤이 800㎒ 대역에서 경쟁력을 배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1.8㎓가 아닌 800㎒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도 4G 시대에는 1.8㎓ 주파수도 글로벌 대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대역 보유량을 ‘제로(0)’로 유지하기엔 부담이 따른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1.8㎓ 대역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가 자사의 망 진화 측면뿐만 아니라 경쟁사 견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