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NO 업계 단말기 확보 `비상`

 이달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들이 단말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 아이즈비전 등 일부 MVNO는 이달 초 유심(USIM) 방식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통사가 유통한 기존 단말기에 선불 요금제용 USIM 칩을 넣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통사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다른 MVNO도 우선 유심 방식 서비스로 ‘망 재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통사업자로서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선 단말기 유통이 필수지만, MVNO는 단말기 확보가 만만치 않다.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MVNO 단말기 유통에 뛰어들 계획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고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유통하자니 단말기 할부금이나 보조금이 올라가게 되고, 당연히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고·중고 단말기를 사용하자니 외려 ‘싸구려’라는 이미지만 부각시킬 수 있다.

 SK텔레콤은 ‘6개월이 지난 재고 단말기 물량을 MVNO가 유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원 방안을 밝힌 바 있다. KT 관계자도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6개월 이상 지난 재고 단말기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MVNO들은 “단말기 판매 사이클이 상당히 짧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6개월이 지난 재고 물량은 사실상 ‘비인기 품목’에 접어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소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소매 유통 시장에서 돌고 있는 중고폰 활용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MVNO 관계자는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 판매점 등에서 유통 중인 ‘반납 단말기’ 물량이 적지 않다”며 “이 물량을 MVNO 시장으로 가져오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MVNO는 중국 저가 단말기에 대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화웨이·ZTE 등 성능을 인정받으면서도 가격이 싼 단말기로 유통을 시작해 보기 위해서지만 워낙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미지수다. “가격 때문에 알아보고 있지만 자칫하면 악성 재고를 한꺼번에 들여오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시작되는 후불 번호이동 서비스를 보고 단말기 전략을 짜는 사업자도 있다. KCT 관계자는 “모회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년께 특화된 단말기를 유통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인스프리트는 자회사 엔스퍼트와 협력해 스마트패드 등의 단말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MVNO 관계자는 “대형 이통사의 ‘보조금 전쟁터’인 우리나라 휴대폰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 망 재판매 사업자 입지가 너무 좁다”며 “블랙리스트 제도가 본격화된 뒤에나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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