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벤처붐이 일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우수 기술 인력 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대기업에서부터 스타트업까지 연봉 상향 조정, 지속적 관리 등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서는 현장을 기획 보도했다.
FT는 인재확보 경쟁의 여파로 엔지니어 부문은 대졸 초임 연봉이 전년 대비 30~50%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주요 기업들이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모바일·인터넷 영역에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품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 같이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낼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다.
벤처캐피털(VC) 액셀파트너스의 짐 브레이어는 “이용자 습성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과학자’와 쉬운 서비스를 만드는 ‘제품디자이너’가 가장 인기”라고 밝혔다. 애플 근무 경험이 있는 인력은 항상 수급 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우수 인력을 보유하기 위해 기업들이 가장 먼저 내놓는 카드는 임금 상승이다. 작년 말 구글은 직원들이 경쟁사 페이스북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금을 평균 10%씩 올려줬다. 지난 4월 MS 역시 임직원 9만명에게 연봉을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는 대학과의 연계다. 1990년대 미국 벤처들이 우수한 학생을 미리 유치하기 위해 대학을 방문해 기업 홍보를 한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스타트업들은 컴퓨터 공학과의 실습실을 방문해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회사의 비전과 미래를 나눠 인재로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인력 경쟁은 고용 상승에도 반영된다. 미국 내 엔지니어 부문의 인력 채용은 전년 대비 97.1%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나 소매업부문이 각각 25.5%, 4.4% 감소가 예상되는 것과 상당한 대비를 이룬다.
실리콘밸리 내 인력 채용 경쟁 심화로 임금과 이직률이 높아지자 유럽에서 새로운 기술 인력을 찾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온라인 마케팅 기술 제공회사인 스킴링크는 런던에 개발팀을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임금이 실리콘밸리보다 싸기 때문이다.
퀼릭테크는 최근 스웨덴 남부 대학 도시인 룬트에 개발팀을 만들었다. 퀼리테크는 가장 큰 이유로 직원들이 10년 이상 근무하는 연속성을 꼽았다. 이 회사 세일즈 부문장인 앤서니 데이턴은 “임금 지출은 단순히 월급뿐만 아니라 재고용·유지하는 비용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IT인력 전문 채용사이트인 IT잡보드는 영국에서 전년 대비 16% 가량 구인광고가 느는 등 유럽에서도 인력 채용 경쟁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IT잡보드 알렉스 파렐 담당은 “독일의 한 회사는 1000명의 인력을 한꺼번에 채용할 수 있냐는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는데, 이는 15년간 IT 채용 분야에서 일하며 처음 겪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