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모의 전전긍긍] 조선 IT와 해양강국의 꿈

Photo Image

 서울서 제주 가는 비행시간(약 1시간)보다 짧은 불과 45분이면 도달하는 곳. 중국 웨이하이(威海)다. 웨이하이는 중국 산둥성 끝자락에 있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청정도시다. 아직은 개발 바람이 거세지 않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1960년대 우리나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덕분에 웨이하이시 골프장 고객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웨이하이 공항엔 한자 ‘威海’와 같은 크기로 한글 간판 ‘위해’가 걸려 있다.

 웨이하이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영성 성산두(成山頭)는 ‘중국의 희망봉’으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쪽 끝인 이곳에 찾아와 제사를 지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석도에는 당나라 때 고찰인 적산법화원이 있다. 법화원은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완성한 사원으로 경내에는 거대한 장보고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장보고는 신라 말 청해진(지금의 완도)에서 태어나 20대 초반에 당나라로 건너가 군 장교로서 혁혁한 공적을 이룬 사람이다. 이후 산둥반도 적산포(지금의 웨이하이)로 와 법화원을 창건해 많은 신라인들을 교화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해적 퇴치에도 큰 공을 세웠다. 귀국해서는 완도에 청해진을 만들어 한·중·일을 연결하는 해상 항로를 개척했으며 이슬람과 교역한 최초의 한국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에 낀 ‘넛 크래커’ 형국이다. 일본과는 오키나와까지 연장된 대륙붕 설정 문제로, 중국과는 이어도 영유권 상호 주장으로 팽팽한 긴장 관계다.

 아메리카 식민지를 최초로 개척한 영국의 군인이자 탐험가였던 월터 롤리 경은 그의 저서 ‘세계의 역사’에서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현대중공업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 유무선 선박 통합네트워크(SAN:Ship Area Network)를 개발했다.

 SAN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화면을 보며 선박 내 엔진·항법시스템·센서 등 수백개에 달하는 모든 장치를 제어한다. 육상기지에서 위성을 통해 원격으로 선박 모니터링과 제어는 물론이고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유지·보수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첨단 기술이다. 이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는 중국·일본 등 경쟁국과 치열한 조선 수주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카이스트가 부산 부경대 부두 앞 해상에서 세계 해상물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모바일 하버(Mobile Harbor) 시연에 성공했다. 모바일 하버는 움직이는 항구가 바다에 떠 있는 컨테이너선과 도킹한 후 고속으로 정밀하게 상하역 작업을 수행하는 부두다. 세계 최초의 해상운송수단이다. 2009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신성장동력 과제로 선정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원천기술 개발에 250억원을 지원받았고 지난해는 지식경제부 실용화기술개발 자금 100억원을 투자받아 이날 첫 작품을 선보였다. 수심이 얕고 섬이 많은 지역이나 물동량 적체 지역, 지형적으로 항만 건설이 어려운 지역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시연회에는 독일·브라질 등 5개국 대사가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는 장보고의 후예다. ‘스마트 조선’의 원조격인 거북선을 만든 저력 있는 민족이다. SAN이나 모바일 하버처럼 조선과 융합IT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우리 조선 업계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해상왕 장보고의 못다 이룬 꿈을 펼칠 날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홍승모 전자산업부 부국장 smho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