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에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애플이 2008년 이후로 ‘최악의 반년’을 보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것.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후 신제품 출시가 미뤄지고 있는데다 스티브 잡스 CEO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주가는 지난 2월 16일 363달러13센트를 찍은 이후 8%가량 빠졌다. 이번 달에만 3.5%가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올 들어 견고한 흐름을 보이는 뉴욕증시와도 상반된다. 올해 다우지수는 7.2%가 뛰었으며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5%, 4.6% 올랐다.
골드만삭스, 재이너스 캐피탈 그룹, 웰링턴 매니지먼트 등을 포함한 대주주들은 올해 애플 주식을 팔고 있다. 이들이 발을 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스티브 잡스 CEO 때문이다. 최근 췌장암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애플을 떠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월터 프라이스 RCM캐피탈 이사는 “애플이 갖고 있는 ‘오직 하나(the Only one)’는 스티브 잡스다”라며 “그 누구도 그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CM캐피탈은 갖고 있는 애플 주식의 일부인 82만주를 최근 팔았다.
애플이 올해 아이패드2를 내놓은 이후 아직까지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매년 6월 개발자회의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발표한다. 이 시기쯤 주가는 크게 뛴다. 하지만 올해 ‘아이클라우드’를 내놓았음에도 불구,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요시카미 YCMNet 투자전략 자문위원은 “애플은 이미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더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올해 주가 상승세를 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리 쉐루쿠리 오크브룩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애플의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점점 감소하고 있다”며 “애플은 더 이상 2~3배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오크브룩 인베스트먼트는 애플의 주식을 25억 달러어치 갖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반격도 애플에겐 악재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8.9%다. 애플이 18.2%인 것에 비해 2배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올해 애플의 매출이나 수익이 악화된 것은 아니다. 라이언 제이콥 제이콥애셋매니지먼트 회장은 “애플의 3분기(4월~6월)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가 상승해 5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통신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애플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7%가 오른 247억 달러다. 제이콥 회장은 “상황은 좋지만 주가는 매우 난처하다(Perplexing)”며 “애플에게 몇몇 악재들이 끼어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RCM 회장은 “지금까지는 쉽게 생각했지만 만약 주가가 이런 식으로 간다면 애플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