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명 헤드폰 ‘비츠 바이 닥터드레’ 10대를 내걸고 네이버에서 행사를 진행한 NHN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행사 시작 직전 경품으로 준비한 헤드폰이 ‘모조품(짝퉁)’인 것을 알게 된 것. 부랴부랴 진품으로 대체했지만 ‘국내 최대 포털이 짝퉁을 경품으로 지급했다’는 비난을 받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최근 고급 헤드폰(이어폰)이 큰 인기를 끌자 짝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교한 위조 솜씨에 뒤통수를 맞은 소비자들이 소송까지 추진하고 있다.
◇고급 헤드폰 ‘폭발적 인기’=올해 들어 대당 수십만원이 넘는 고급 헤드폰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젠하이저코리아(Sennheiser)는 최근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50만원짜리 이어폰 ‘IE8’을 28만9000원에 할인해서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순식간에 2300대가 팔린 대성공이었다.
뱅앤올룹슨(Bang&Olufsen)도 지난 5월 한 달 26만원짜리 이어폰 ‘A8’ 판매가 4월보다 5배나 늘었다. 독일 울트라손(Ultrasone)이 지난해 수작업으로 2010대만 한정 생산한 ‘에디션 10’은 36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올해 초 60대가 국내에 들어와 벌써 30대가 넘게 팔렸다. 소니코리아는 올해 20만원이 넘는 헤드폰 라인업을 지난해보다 2배 늘렸다.
◇이유 있는 고급 헤드폰 인기=고급 헤드폰의 인기는 예고된 일이었다. 업계는 아이폰 출시를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이니어 단자(헤드폰을 꼽는 곳)를 사용하던 업체들이 아이폰 출시 이후 이를 3.5㎜로 통일하면서 다양한 헤드폰 간 호환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 옴니아폰이 대표적 사례다.
또 헤드폰이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디자인이 독특한 희소성 있는 제품을 많이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면서 ‘듣는 음악’ 시대가 열린 것도 CD 수준의 고음질을 제공하는 고급 헤드폰 판매를 이끌었다.
◇어김없이 등장한 ‘짝퉁’=고급 헤드폰이 인기를 끌면서 짝퉁 제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젠하이저코리아 측에 접수된 내용을 보면 사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음새가 벌어지거나 플러그 부분이 꺾이는 사례가 많았다. 가격이 싼 대신 공업용 본드 등을 마무리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정품이 아니어서 AS를 받지도 못했다.
앞서 언급한 닥터드레는 짝퉁 사례가 많아 정품과 동일한 AS를 받기 위해 필요한 정품 보증서가 3만원, 구입 영수증이 2만원에 온라인에서 거래될 정도다. 40만원이 넘는 이 제품을 구입했다가 짝퉁으로 판명난데 분노한 소비자들이 카페를 결성해 소송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닥터드레 헤드폰 공식수입원인 CJ E&M 관계자는 “지난 5월 17일 ‘비츠 바이 닥터드레’와 ‘레이디가가’에 대해 국내 상표등록을 완료했다”면서 “‘몬스터 비츠’ 등 정체불명의 상표명을 사용하는 짝퉁 제품이 난립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다수의 고급 헤드폰 짝퉁이 온라인과 지하철 등 비공식 매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헤드폰 업체 관계자는 “고급 헤드폰 시장이 커지면서 짝퉁에 의한 피해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청력 손상을 입을 수도 있으므로 헤드폰을 구입할 때 반드시 ‘보증 카드’를 확인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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