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실천하는 데 교과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제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나라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도구로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다. 인쇄물로 된 현재의 교과서를 언뜻 보면 텍스트 형태로 가르쳐야 할 내용만 나열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교육 방향에 더한 내용 전개 전략과 평가 방향까지 담겨 있다. 그래서 교과서는 교육 정책의 근간이요, 교사들에게는 지침서가 되어 왔다.
그러나 문제는 5년마다 개정되는 교육과정으로는 시대 변화를 따라갈 수 없으며, 교육 방법이 교과서 의존의 지식 전달과 결과 중심의 평가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과서를 이야기하지 않고 교사의 문제, 학생의 문제, 학교 현장의 문제를 논할 수 없다.
국가적으로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가 최근에 특히 활발하다. 교육과정을 수시로 바꾼다. 발행 제도 역시 국·검정 위주의 교과서 발행에서 절차가 좀 더 유연한 인정제를 확대하고, 나아가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 등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는 인쇄물로 된 자료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현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전자저작물을 교과서의 범위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정된 서책형 교과서의 범위 내에서 그 내용을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자료만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교과서의 발전 방향을 유연성, 확장성, 상호작용성, 자율성 등에 두고, 서책형 교과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교육을 튼튼히 할 수 있는 대안으로 디지털교과서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모든 서책형 교과서를 전면 개발, 보급하는 체제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디지털교과서를 인정하는 유연한 교과서 발행 체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수정, 변경할 부분을 디지털 자료(e북)로 만들어 보급하는 형태다. 이미 제도적으로 서책형 교과서를 e교과서 형태(PDF 파일 형태)로 보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과서의 범위를 확장하며 인터넷을 통한 전송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교육과정 수시 개정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해 멀티미디어 자료와 풍부한 평가 문항 등을 제공함으로써 내용을 확장하고, 무엇보다 학습자가 표현하고 기록하고 참여하는 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진단, 관리하는 기능을 추가한다면 말 그대로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가 가능해 질 것이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교과서의 유연성, 내용의 확장성,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성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교사의 ‘수업 자율성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는 교사의 수업 자율성을 더 크게 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내용의 확장이 가능하니 학습자 수준에 따른 내용 선택이 교사 몫이 될 것이고, 학습자 진단이 자동화되니 그에 따른 전략 수정 권한도 온전히 교사에게 있게 될 것이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전달하던 교사가 교과 기획자, 수업 분석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즉, 국가가 동그라미 모양으로 만들어 배포했던 교과서가 교사 한 분 한 분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동그라미를 가운데로 한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일은 결코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디지털 측면이 아니라 우리들의 인식과 실질적인 제도 변화로 함께 꾸는 꿈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학교교육정보화본부장 jeena@ker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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