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와 인텔의 공동개발 운영체제인 ‘미고(MeeGo)’가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했다. 노키아가 MS의 윈도폰에 올인하면서 자체 운영체제인 ‘심비안’과 더불어 ‘미고’도 골방에 처박힐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 ‘미고’의 폐기 방침은 이미 상당 부분 예견된 것이었다.
올 2월 노키아는 심비안 OS를 버리고, 인텔과 공동 개발한 ‘미고’ 역시 일종의 `연구 프로젝트(Science Project)‘로 격하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연구 프로젝트‘로 격하시킨다는 것은 단지 연구 차원에서만 프로젝트를 끌고 가겠다는 의미다. 실제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채택하지 않겠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최근 핀란드 일간지인 ‘Helsingin Sanomat’가 노키아 스티븐 엘롭 CEO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노키아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새로운 제품군과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지금 개발중인 MS 윈도폰 기반의 스마트폰에 대해 내부의 반응이 좋아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발표한 ‘미고’ 기반 스마트폰 ‘N9’이 큰 히트를 치더라도 미고를 차기 모델에 채택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엘롭 CEO 발언의 요지라고 ‘Helsingin Sanomat’는 설명했다. 결국 ‘N9’은 ‘미고’ 운영체제를 채택한 첫 번째이자 마지막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키아가 새로 선보인 ‘N9`은 미고 운영제제에 3.2인치 AMOLED, NFC,스와이프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을 채택한 제품이다.
‘N9’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노키아는 ‘미고’의 폐기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엘롭 CEO은 ‘N9’을 소개하면서 이 제품이 ‘미고’ 보다는 오히려 ‘Qt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에 기능적으로 더 의존하고 있다며 ‘미고’를 의도적으로 깍아내리는 듯한 말을 했다. ‘Qt` 덕분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들이 기존의 노키아의 여러 플랫폼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 또 ’미고‘라는 운영체제를 끌고가기 위해선 개발자 생태계와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잘 조성되어 있어야하는데 이 부분이 영 미심쩍다는 게 엘롭의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키아는 지난 23일 ‘시레이(Sea Ray)’라는 코드명으로 개발중인 MS 윈도폰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바 있다. 앞으로 기존의 스마트폰 모델을 모두 ‘망고(윈도폰 업그레이드 버전)’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게 노키아의 기본 원칙이다. 따라서 독자적인 운영체제의 존속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노키아의 독자 운영체제인 심비안과 미고 운영체제의 폐기가 현실로 다가오자 노키아 임직원들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동요가 심하다. 이들은 노키아가 MS 윈도폰에 올인하면서 노키아가 단순히 MS의 하청업체나 단순 제조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엘롭 CEO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노키아가 소프트웨어 부분 R&D를 계속 추진할 것”이며 “앞으로 다른 업체와 분명히 차별화된 MS 윈도폰을 내놓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구슬리고 있다. MS 윈도폰에 전력투구하더라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여전히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노키아가 현재 몇개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MS 하청업체 또는 단순 제조업체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노키아는 올해 핀란드에서만 1천4백명의 직원들을 해고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는 정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정리되는 인원에 심비안과 미고 개발 인력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 저래 엘롭 CEO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라가 있다. 주가가 더 추락할 것이란 증권가의 예측이 있는데다 실적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키아의 MS 윈도폰 올인 전략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노키아의 앞날은 장담하기 힘들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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