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 방송 디지털 전환 사업을 전환율 목표도 정하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 전환율과 상관 없이 정해진 날짜에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추진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직접 수신 가구의 20% 가량이 디지털방송 수신 환경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2013년 1월 1일부터는 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DTV코리아에 따르면 이미 시범 사업을 끝낸 울진·강진·단양에서 직접 수신 세대의 약 20%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까지 디지털 변환 컨버터나 디지털TV를 갖추지 않았다.
29일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완료하는 제주도에서도 당일 2시 이후 약 500~1000가구가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인구가 많지 않고, 직접 수신 세대가 적은 지역이라 아날로그 방송이 끊긴 후 한 달 안에 컨버터를 설치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 되면 아날로그 방송 종료 때문에 방송 수신이 차단된 가구가 대거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지상파 방송 업계에서 “적어도 전환율 95%를 달성하면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한다던가 하는 기준은 마련해 놓고 종료 날짜를 유동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 전환에 2200억엔(약 2조9500억원)을 투입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올해 412억원, 내년 (예산안 요구서상) 1442억원을 쓰는 상황이라 전환율은 더욱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 2009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 미국에서는 디지털컨버터를 설치하지 못한 가구가 700만 세대 이상으로 집계돼 아예 디지털 전환 날짜를 넉 달 후로 미룬 사례가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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