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화두다. 국가도 지자체도 강소기업 육성에 애면글면하고 있다. 인천시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판 강소기업인 ‘비전기업’ 1000개 육성에 나서고 있다. 송영길 시장 당선 공약이기도 하다.
1년 전 이맘때, 수도권 단체장 중 유일하게 야권에서 승리를 거머쥔 그는 기술력 있는 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인천시는 송 시장이 강조한 기술력 있는 기업을 ‘비전기업’으로 명명,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다. 당초 지난 17일 신청을 마감하려 했지만 신청기업이 적어 다음달 7일로 연기됐다. 기한을 20일 정도 늦췄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이 신청할 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비전기업’ 선정은 인천시를 넘어 대한민국과 세계에서 뛰어놀 플레이어(기업)들을 만드는 과정이다. 혜택도 작지 않다. 경영자금 2000억원을 비롯해 보증 확대 3000억원, 수출 지원 2000억원 등 약 9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된다. 디자인·마케팅·컨설팅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한다.
그러나 시의 이런 ‘통큰 지원’에도 어쩐 일인지 기업 반응은 뜨악하다. 왜 그럴까. 우선 시와 기업 간에 지원 규모에 대해 온도차가 있다. 시는 ‘빅 지원’ 운운하지만 기업은 “까다롭고 복잡한 신청절차에 비해 ‘먹을 떡’이 별로 없다”는 반응이다. 비전기업에 뽑힐 정도면 우량기업이어서 이미 각종 혜택을 받고 있어 또 다른 지원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비전기업 지원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남동공단에서 부품 관련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시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유망 중소기업 지원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하겠다”면서 “비전기업에 대해 모르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 같은 반응에 놀란 시는 조만간 홍보단을 결성하는 등 비전기업 알리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시의 비전기업 선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차적으로 왜 1000개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강소기업 1000개 육성은 지자체 프로젝트가 아니다. 국가에나 어울리는 규모다. 1000개가 아닌 100개만 제대로 육성해도 인천시 브랜드 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이다. 숫자를 줄이고 정예화해야 한다.
신청 자격도 보완해야 한다. 시가 내세우는 조건인 자산 50억원 이상은 잠재력 있는 IT 및 벤처기업에겐 너무 높은 벽이다. 지원 방법도 ‘으레 그런 것’ 말고 좀 더 세밀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 시는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 중 비전기업 300~400개를 1차로 발표할 예정이다.
늦기 전에 비전기업 육성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시장의 공약이라고 지금처럼 그냥 진행한다면 숫자 ‘1000’을 맞추는 ‘억지 춘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방은주 경인취재팀 부장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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