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나면서 모든 에너지가 고갈됐습니다.”
임기를 마치고 퇴임을 맞는 조환익 KOTRA 사장이 취임 당시 ‘왜 KOTRA 사장은 연임이 없을까’에 대해 품었던 의문에 대해 얻은 해답이다. 그 만큼 지난 3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퇴임을 앞둔 조 사장은 15일 기자들과 오찬 모임을 갖고 지난 3년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역대 최대인 4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장에 취임한 후 ‘역 샌드위치론’을 주창하며 경제위기 탈출 해법으로 수출을 내세웠다. 당시 비관론이 대세를 이뤘지만 취임 첫해 12위였던 우리나라 수출 순위는 작년 7위로 올라서며 허언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취임과 동시에 그는 KOTRA의 ‘불판과 메뉴판’을 모두 바꾸겠다며 기존 사업과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46년간 써오던 ‘무역관’ 명칭부터 ‘Korea Business Center’로 바꿔 공기관의 색채를 빼고 서비스 기관으로 변모시켰다.
또 금융위기로 수출이 급감했던 당시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형 수출상담회인 ‘바이코리아’를 기획, 추진해 1200명의 바이어를 불러들여 4억달러의 계약을 따냈다. 이후에도 수많은 아이디어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그에게 지난 3년은 1978년 상공부에서 아프리카담당으로 무역·통상과 인연을 맺은 뒤 공직 생활의 3분의 2 이상을 해당 분야에서 보낸 이력의 꽃을 피운 시기다.
이 점에 대해 조 사장은 “KOTRA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직책이었다”고 표현한다.
애정이 많은 만큼 내년 출범 50년이 되는 KOTRA의 방향성에 대한 기대도 많다.
그는 “현재 공기관의 성격이 강한 KOTRA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절대적인 힘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해외로 뻗어가지 못하면 국가 성장의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퇴임 후에는 현재 집필중인 통상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엮은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현재 20여개의 에피소드 중 14개에 대한 집필을 끝냈다. 중소기업은 물론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한 작업 중의 하나다.
퇴임하는 현재를 ‘모든 것을 비우는 2막 2장’의 상황으로 표현했지만, 아직 3막 1장을 위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은 듯 하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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