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쑤저우 LCD 팹 기공식] 삼성, 선발 투자 및 협력으로 중국 시장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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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감한 선발 투자로 중국 LCD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라.’

 삼성전자가 30일 중국 쑤저우 현지에서 기공식을 개최하고, 7.5세대 LCD 팹 건설에 본격 나선 것은 세계 최대 LCD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공급과잉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만과 일본 등 경쟁업체에 앞서 과감한 선발 투자를 단행, 초격차(超格差)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 1, 2위 LCD 업체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물론 AUO, CMI 등 대만 업체와 일본 업체인 샤프 등은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년여 간 총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의 관세문제(3%~5%)도 그렇지만 앞으로 중국 LCD 기업 보호를 위해 관세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중국정부의 승인을 획득했지만 해외 업체로는 최초로 공장 건설에 착수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걸림돌을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합작과정에서 현지 2위 브랜드 TV 업체인 TCL과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확실하게 잡았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는 쑤저우 LCD 팹 합작법인에 TCL의 지분 참여(10%)를 합의한 것은 물론, TCL이 선전시에 짓고 있는 8세대 공장(CSOT)에도 15%의 지분을 투자, ‘혈맹’ 관계를 맺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에서 7.5세대와 8세대 LCD 팹을 동시에 운용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자사의 7.5세대 팹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42, 46인치 패널을 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 CSOT를 통해서는 대형 TV용 패널을 수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중국 시장을 선점하고, 최대 경쟁국인 대만 LCD 업체를 견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LCD TV 시장은 지난 2009년 1분기 495만대 수준에서 2년만에 분기 1000만대를 돌파해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 차원의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농촌 지역의 가전제품 보급 확대 정책인 ‘가전햐향(家電下鄕)’을 실시, LCD TV 수요가 급속히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BOE, TCL, IVO 등 자국 업체의 LCD 팹 투자를 유도, 평판디스플레이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중국의 산업 육성 정책에 대응해 선도적인 대응으로 공장 건설에 가장 먼저 성공함으로써 기선을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대만과 중국으로 나뉘어져 있던 마케팅 조직을 중국으로 일원화하는 등 현지 대응 체계도 강화했다.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LCD사업부장)은 “중국 LCD 팹 건설은 삼성전자와 쑤저우공업원구, TCL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발전 모멘텀을 제공하는 중대한 계기”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는 쑤저우시를 한국 탕정의 디스플레이시티에 버금가는 중국판 디스플레이시티로 육성해 삼성과 중국이 공동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중국 공장 건설에 본격 나섬으로써, 국내 장비 및 부품소재 업체들의 동반 진출 효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국내 장비 및 부품소재 업체들은 앞선 대형 LCD 라인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공장 건설에도 일익을 담당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국내를 넘어 수출을 확대하는 효과는 물론, 중국 시장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지에 LCD 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국산 장비의 비중을 국내 라인보다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지 사무소 설립 등 국내 장비업계의 대응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올해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장비 및 부품소재 업체들 중 중국에 진출한 업체는 34개였으며, 국내 업체들의 팹 진출에 대비해 11개 기업이 추가 진출 의사를 표명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