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역량성숙도모델통합(CMMI)의 초기 버전인 CMM을 기반으로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처음 시작한 것이 지난 1997년이니까 올해로 어느덧 15년이 됐다. 그 동안 국내 3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프로세스 개선 컨설팅과 공식 심사를 수행했다. 여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할 때 꼭 명심했으면 하는 사항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개선 목표는 스마트하게 수립할 것=CMMI를 도입해 적용하는 조직들 중 상당수는 ‘연내 CMMI 레벨3 인증 획득’ 또는 ‘연내 CMMI 레벨3 인증을 통한 내부 생산성 향상 및 대외 경쟁력 강화’와 같이 다소 두루뭉술한 형태의 프로세스 개선 목표를 수립한다. 이런 조직들을 보면 인증취득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인증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내부 생산성이 향상되고 대외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개선을 위한 목표는 스마트하게 수립돼야 한다. 즉 명확(Specific)하고, 측정가능(Measurable)하고, 해당 기업에 있어 실제적으로 중요(Relevant)하며, 정해진 기간 내(Time-bound)에 달성할 수(Attainable) 있도록 수립돼야 한다.
물론 CMMI의 특정 레벨에 대한 인증 취득이 이러한 스마트 요건에 맞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는 개선 활동의 방향성을 나타내기에 인증취득을 목표로 하게 되면 실질적인 개선 활동보다는 인증취득 자체에 초점을 맞춘 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개발기간 10% 단축’ 또는 ‘소프트웨어 결함률 10% 감소를 통한 CMMI 레벨3 인증취득’과 같이 인증취득을 통해 실제적으로 얻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 가려면 함께=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막 시작한 조직의 경우 공통적 현상이 있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프로세스 관련 표준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막상 표준을 만들자고 하면 바쁘니까 만들어 주면 쓰겠다고 방관한다. 그래서 소수 인원을 중심으로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해 만들어 적용하라고 하면 “이건 아니다”라고 한다.
따라서 조직의 프로세스를 정의할 때는 각 계층에서 가능한 많은 인원을 참여시켜야 한다. 의사결정 및 후원자로서의 경영진, 프로세스 개선 조직, 프로세스 정의 및 검토에 참여할 전문가 그룹, 그리고 필요하다면 내외부 컨설턴트 등이 그들이다. 프로세스 개선 조직은 풀타임 참여가 요구되며 그 외의 인력들도 최소한 자신의 업무에 20% 이상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MMI를 기준으로 프로세스를 정의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CMMI에서 제시하는 활동이 여러분 조직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고 왜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필요한 프로세스는 정의하지 않고 단순히 CMMI 요건 대응을 위한 필요 이상의 방대한 (결국은 사용하지 못할) 프로세스가 정의될 것이다.
◇잘못된 표준도 우선은 따라라=한 조사에 따르면 표준이 강제로 지켜진 경우 76%, 그렇지 않은 경우 60%의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한다. 즉 다수의 인원이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 동일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단 조직의 프로세스가 정해지면 적합 여부를 두고 왈가왈부하기 이전에 우선은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다. 반면에 프로세스 개선 조직 입장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왜 프로세스를 잘 따르지 못하는지를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프로세스를 재정의 하거나 프로세스 관련 반복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프로세스를 업무에 적용할 때는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초기 학습 기간에 겪게 되는 불편함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
프로세스를 적용할 때 이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품질보증 활동이 수행되곤 한다. 그런데 프로젝트에서는 모두가 품질보증 활동을 싫어한다. 프로젝트 관리자, 개발자 그리고 품질보증 담당자 간의 관점의 차이가 이러한 현상을 낳는다. 프로젝트 관리자의 주 관심사는 일정, 비용, 이슈 및 고객관리고 개발자의 주 관심사는 납기, 결함 해결 그리고 이로 인한 야근이다. 반면에 품질보증 담당자의 주 관심사는 해당 프로젝트가 표준을 준수하고 있고 산출물은 적기에 제대로 작성하고 있는지에 있다.
이러다 보니 프로젝트 관리자나 개발자 입장에서는 품질보증 활동이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일거리만 만들어 내는 불필요한 활동으로 인식되곤 한다. 따라서 품질보증 활동은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쪽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프로젝트 라이프사이클 단계에 따라 초기에는 프로세스 코치 역할을 수행하고 이후 프로세스를 모니터링하며 작업산출물을 감사하는 활동으로 옮겨 가는 것이 좋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물이 끓는 데에 일정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프로세스 개선 활동도 일정 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지루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결국은 중도에서 포기하게 만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 개선 활동 수행 기간 동안의 변화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들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변화든 불안정하고 개인적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변화의 내용과 변화로 인해 본인이 어떠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인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절한 변화 관리 방법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을 이해시키고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변화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도 조직 구성원 모두를 동시에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려우며 노력 또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가게 된다. 어느 조직이든 별도의 노력을 많이 기울이지 않더라도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이노베이터와 얼리어댑터 집단 그리고 진행상황에 따라 변화를 수용하는 얼리머조리티(Early Majority) 집단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이 두 집단은 조직 구성원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얼리머조리티 집단이 변화될 때까지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다.
◇CMMI 인증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CMMI 인증을 취득했다고 하는 것은 해당 단계의 프로세스를 갖추고 활용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필요조건이지 해당 프로세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프로세스 이행 및 개선을 통한 역량 향상이 필요하다. 역량을 빠르게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는 프로젝를 수행하며 얻은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맛집이나 좋은 여행지 등을 동료들과 공유하듯이 여러분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했고 해결했던 방법들을 공유하면 동료들은 보다 쉽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발생된 이슈는 향후에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위험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위험을 대비할 수 있다. 또 지금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발견된 결함은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으므로 이의 공유를 통해 결함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민재 TQMS 대표 mjl22@tqms.co.kr
<그림>구성원 특성별 변화관리 수용의 시간
시간
간격
이노베이터(2.5%)
얼리어댑터(13.5%)
얼리머조리티(34%)
레이트머조리티(34%)
낙오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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