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미래는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사람들의 시대

 에릭 허스만(Erik Hersman)이라는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다. 그는 미국의 선교사로 남부 수단과 케냐에서 성경을 번역하던 부모님에게서 태어나서 아프리카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돌아와서 해병대 복무를 했고, 개발자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다가 돌연 케냐로 돌아갔다. 그는 현재 케냐에 살면서 ‘아프리가젯(Afrigadget)’이라는 유명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 아프리카의 엔지니어들의 재미 있는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블로그로 그치지 않고 ‘아이허브(iHub)’라는 협업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간은 케냐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세계의 IT산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허스만은 자신의 풍부한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기콤바·나이로비 등의 주요 지역을 자동차로 돌아다니면서, 스와힐리어 등의 전통 아프리카 언어로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케냐인으로서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전하고, 반대로 세계와 미국의 기술자로서의 삶을 아프리카에 전하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오늘날과 같이 세계적인 협업이 중요해지는 시기에는 점점 허스만과 같은 다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은 단순히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나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 이외에도 많다. 우리 사회에서도 직업이 다르거나, 산업이 달라도, 심지어는 살아가는 형편이 달라도 만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분리되어 있고, 고립된 집단의 융합이나 협업을 위해서는 단순히 이들이 만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에게는 서로 다른 그룹의 융합과 협업을 유도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다리의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자존심이나 입장만 내세우다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문화와 정치적인 입장, 교육 및 준거집단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런 다른 문화와 입장의 연대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양쪽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거나 교육받은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사회적 책임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있으며, 서로 연결돼 있다. 또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서로 개방하고, 이해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원활한 소통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과 인도를 빼놓고서 진정한 진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또한, 점점 많은 민족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 같은 이웃으로 살아가기 시작하는데, 이들과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고서 그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는 힘들 것이다.

 인터넷은 이렇게 섞이는 현상을 급격하게 만들고 있으며, 소셜 웹은 가속페달을 밟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는 인터넷과 소셜 웹이 기존에 있던 집단들의 연결만 가속화하고 고립되는 정도만 높히는 경우도 있다. 연결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오히려 특정한 집단의 사고만 강화시키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이는 너무나 슬픈 일이다. 어찌보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과 소셜 웹에서 더욱 다리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 교수 jihoon.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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