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는 프라이버시가 없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프라이버시는 무의미한 것인가.`

최근 영국에서 벌어진 `긱스 스캔들`과 국내에서 일어난 `고(故) 송지선 자살사건`이 SNS의 프라이버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SNS는 공적 담론이 아닌 140자에 담긴 사적 대화에 불과하므로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퍼나르기(RT) 기능 등이 사실상 `미디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별도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긱스 스캔들`은 박지성이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가 유명 모델(이모덴 토머스)과 벌인 불륜으로 시작됐다.

영국 유력 타블로이드지 `더 선`이 스캔들을 보도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긱스는 영국 법원에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를 트위터에 올라온 글들이 무너뜨렸다. 트위터를 통해 그의 불륜설이 삽시간에 번졌다. 한때 긱스의 이름이 1분당 16회까지 언급될 정도였다.

이를 알아차린 긱스는 미국 트위터 본사에 자신의 이름을 공개한 사람의 신상 정보를 알려 달라는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스코틀랜드 일간지가 1면에 보도하면서 그의 이름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 사건은 올드미디어(신문ㆍ방송)에서 지켜진 `표현의 자유만큼 개인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원칙이 뉴미디어(SNS)에서는 무너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는 감정, 정서 등 사적 토크(사담)를 많이 담는 매체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와 공적 매체 사이에서 혼동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 사건이 SNS를 흔들고 있다. 송씨가 처음 두산베어스 임태훈 선수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하는 글을 올린 것은 트위터였고, 송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임 선수와의 관계를 묘사한 글이 올라와 삽시간에 인터넷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송씨는 트위터를 통해 문제의 글은 자신이 올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미니홈피에는 그를 비방하거나 심지어 욕설까지 내뱉는 댓글이 달렸다.

송씨와 임 선수의 관계를 둘러싼 악의적인 억측과 소문도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송씨는 트위터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받기 위해 짤막한 글을 올린 것에 불과했지만 이것이 인터넷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비극을 낳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SNS에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컨센서스(대의)가 형성됐다면 긱스 스캔들은 확산되지 않았고 송씨의 극단적 선택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맞는 리터러시(해독력)를 길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SNS에 대한 4가지 오해`라는 보고서에서 △SNS를 이용하면 쉽게 고객관계 구축 △양방향 소통 활발 △의도한 바를 대중이 잘 이해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란 생각이 `모두 오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SNS에서 겪은 피해가 오프라인보다 작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실제로는 더 크다"며 "온라인에선 불특정 다수가 익명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지훈 관동의대 교수도 "SNS가 확산됐지만 이것을 이용하면 결과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도 알아야 한다. 스마트 리터러시나 소셜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재권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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