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이젠 소송공화국

`한국은 소송공화국에 진입 중.`

개인의 권리가 강조되면서 환경소송, 저작권소송 등 선진국형 소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틈을 타 집단소송을 부추기고 일부 로펌에서는 소송으로 위협하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작년에 군 소음 피해 손해배상으로 지급한 금액은 1435억원이나 됐다. 올해는 377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액을 지급해야 할 주민 수도 작년 말 5만8000여 명에서 올해 46만명으로 8배나 급증할 전망이다. 이 같은 배상액 급증 배경은 변호사들이 공항 주변 피해주민을 원고로 모집해 기획소송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진행 중인 소송을 살펴보면 대부분 개인 변호사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영영 혜택을 못 받는다는 식으로 불안감을 키우면서 집집마다 안내문을 돌리는 등 주민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5일 군용비행장 소음소송 대책을 안건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기획소송에 대한 대책회의를 처음으로 열 예정이다.

대책회의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무분별한 기획소송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서도 수월하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 등을 개정해 과도한 소송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국가 소송에 대한 대응 창구도 단일화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 소송은 법무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예산은 창구가 분산돼 있다. 예를 들어 민간 비행장은 국토해양부, 군용 비행장은 국방부, 주한미군은 법무부이다 보니 전반적인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주민들이 군비행장 소음 소송에서 승소해도 상당액을 변호인에게 주고 있어 직접 돌아가는 혜택이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변호사들은 소송을 대리하면서 수임료를 15% 정도로 약정한다. 지난해 말 수원지역 주민 2만3000명을 대리해 소음 소송을 승소로 이끈 한 로펌은 보상금 350억원 중 52억원을 수임료로 챙겼다. 주민 한 명당 지급받은 보상비는 130만원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변호사 위임에 대한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개인 변호사들이 지역 주민을 선동해 소송부터 제기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 변호사 위임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전병득 기자 / 이상덕 기자 / 임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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