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다.”
2008년 12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KT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점친 이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취임과 동시에 연공서열을 파괴한 인사, 경쟁업체 출신을 마다않는 파격적인 인사 정책을 펼치면서 KT의 변화는 서서히 시작됐다.
이후에도 KT-KTF 통합을 성사시키고 애플 아이폰 출시로 한국에 스마트폰 시대를 여는 등 이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졌다. 내부에서도 여성임원을 늘리는 파격 인사가 계속됐고 다양한 내부혁신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자연스레 임직원 역량도 향상됐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도 힘썼다. 이 회장은 “글로벌 컨버전스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강력한 네트워크라는 하드웨어 기반에 상생과 오픈이라는 소프트웨어 적인 측면도 강화해야 한다”며 “KT가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기업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같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스마트폰 1000만 가입자 시대를 맞아 또다시 대두된 통신요금 인하논란 등 외적인 변수 앞에서는 이 회장도 고민이 없지 않다.
이 회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당한 대가(요금)가 투자로 이어지고 발전된 미래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보장한다”며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망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인센티브가 없다면 누가 (이 작업을) 하겠냐”고 말했다.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 통신사업자 규제 업무를 지휘했던 이 회장이지만 지금의 통신 리스크는 그로서도 대처하기 힘든 과제인 셈이다.
KT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안이 발표되는 대로 자사의 통신비 인하 계획과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물론 대응안에는 이 회장의 고민과 전략적 결단이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2주년을 전후로 직면한 외적인 변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 회장의 결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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