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핵분열과 핵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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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원전사고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이 원자력 발전용량을 오는 2020년까지 8배 가까이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중국이 계획하는 원자력 발전은 기존 핵분열을 기초로 한 원자력 발전과는 다른 방식이다. 핵분열과는 반대 방식인 ‘핵융합’을 바탕으로 발전용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상용화된 원전에 비해 개발단계에 있는 핵융합기술은 아직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에너지의 대안으로 전 세계가 다투어 개발에 나서는 분야가 바로 핵융합이다.

 ◇핵분열? 핵융합?=핵융합을 이해하려면 지구와 인류 탄생의 근원인 태양을 생각하면 쉽다.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의 중심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고체, 액체, 기체 상태가 아닌 제 4의 물질상태) 상태다.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서로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한다. 현재의 원자력 발전은 핵융합과는 반대로 핵분열 시 생성되는 에너지를 이용한 것이다.

 이해는 쉽지만 실제 핵융합 에너지를 얻기는 결코 쉽지 않다. 태양과 비슷한 조건을 구현해야 하는데, 달리 말하면 작은 태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 장치, 그리고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오랜 기간 과학자들은 핵융합 반응을 실현하기 위해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토카막’이라는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

 핵융합을 이용해 발전소를 만든다면 원전 이상의 발전량을 기대할 수 있다. 초고온 플라즈마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생성된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가 터빈발전기를 돌리면 전기가 생산된다.

 특히 핵융합은 원료가 물이고 고준위 폐기물이나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이다. 또 가스 상태로 주입되는 연료는 공급이 중단되면 반응이 바로 정지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안전하다.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핵융합은 전 지구적 미래에너지=미국은 인류가 삶의 질을 개선하고 보존하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위대한 도전’ 과제 중 하나로 핵융합 기술을 선정했다. 연료가 풍부하고 안전하며 에너지 효율이 높아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최적의 에너지라는 설명이다.

 이미 주요 선도국은 지난 50여년간 핵융합을 이용한 대용량의 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연구, 확인해왔다. 그리고 이제 핵융합에너지를 공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발전소 규모의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인류 최대의 국제 공동프로젝트로 알려진 이터(ITER,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ITER 장치는 2019년까지 건설비만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과학기술 국제협력 사업이다. 현재 프랑스 남부 까다라쉬에 건설되고 있다. ITER 장치 건설은 참여 7개국이 세부 품목을 나누어 제작, 납품하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한국은 9개 핵심장치를 담당한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은 “핵융합 기술개발이 인류 공동의 문제인 만큼 선진국들이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기술과 역량을 결집, 공동으로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선도국이 달성한 핵융합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핵융합 발전의 실현을 검증하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설명했다.

 ITER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오는 2019년쯤 가동에 들어갈 ITER를 통해 500MW 이상의 대용량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2040년대는 핵융합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도 경쟁대열에 뛰어들어=한국의 핵융합 기술의 집약체로는 케이스타(KSTAR)가 있다, 케이스타는 초고온·초진공 상태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려는 실험 장치다. 지난 2008년 대전 대덕연구단지 안에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케이스타는 실험 결과 핵융합 반응에 의한 2.45메가전자볼트(MeV)급 중성자가 검출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걸음 더 진보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융합 에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에너지원이지만 현재의 개발 속도로 봤을 때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기까지 앞으로 5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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