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두달] 대일 부품소재 수입의존도 낮아진다

 지난 3월 11일 일본 도후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 여파로 한·일간 부품소재 무역구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철강·화학소재·반도체 등 관련 일본 기업이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을 빚자 국내 기업들이 부품소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공급선 다원화에 나서면서 대일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주춤하는 분위기이다.

 이에 일본 주요 기업들이 7월 이후 정상 조업에 들어가도 부품 공급선 다원화·일본산 제품의 국산 대체 등 국내 기업의 탈 대일 의존도 움직임으로 연말께 대일 무역 누적 적자 규모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 감소 분수령=지식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4월 국가별 무역수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15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9%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 대지진이 생산라인에 영향을 미치기 전인 지난 3월 대일 무역적자 29억7000만달러와 비교하면 4월 대일 무역 적자는 전월에 비해 무려 절반(4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대지진 이후 대일본 교역에 변화의 바람이 뚜렷하게 불기 시작했다. 대일 부품소재 의존도 비율은 매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이번 대지진 영향으로 인해서 대일 적자 폭이 사상 처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경부에 따르면 대일 부품소재 수입의존도는 2009년 25.3%에서 2010년 25.2%로 0.1%P 줄어들었다. 반면 대일 부품소재 적자 규모는 2009년 201억달러에서 2010년 243억달러로 적자 폭은 오히려 커지는 상황이었다.

 지경부 부품소재총괄과 관계자는 “대일 적자 절대액수 증가는 우리나라 무역규모 증가에 따른 불가피한 사항이었지만 일본 대지진 이후엔 대일 무역적자 금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잠정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로 국내 기업이 부품소재 공급선을 일본에서 유럽으로 바꾸고 일본 기업이 빠른 시일 내 조업을 재개하지 못하면 올해 대일 부품소재 적자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기업의 생산기지 한국 이전도 대일 부품소재 무역 수지 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경부는 이달 3일 현재 기준으로 일본의 대 한국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경부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의 대 한국투자 활동이 지난 4월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일본 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이 예정된 투자인 지 신규 투자인지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IT기업 정상 조업에 차질=일본 대기업들은 빠르게 대처를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협력 부품사가 정상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해 완성품을 만들어야 하는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 까다로운 해외 부품 조달 규정으로 인해 수입 자체가 여의치 않아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대부분의 현지 기업들이 7월 초에 조업이 재개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100% 정상조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예상이다.

 KOTRA가 지난달 대지진 발생 한 달 후를 기준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는 업체별로 20~50%의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자부품 핵심기업들도 피해는 크지 않지만 제한송전 영향을 받고 있다.

 김준한 KOTRA 일본사업처 과장은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지진 발생 이전과 같은 부품공급 시스템 복구는 7월 정도가 돼야 한다”면서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되려면 가을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일본 부품소재의 대체재를 개발했던 국내기업에는 큰 기회다. 당장 일본 업체들이 조업 정상화와 부품 조달에만 집중해 R&D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기업을 쫓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우리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술 경쟁력 확보의 시간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대지진 사태로 우리 기업들의 기존 부품 공급원 교체에도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 부품 소재 기업들이 수출보다는 내수 공급을 우선하고 있어서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기업이 그동안 기술개발 한계 또는 적은 내수시장을 이유로 일본에서 부품소재를 조달해 왔으나, 앞으로는 국내 중소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 기자 joon@etnews.co.kr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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