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펀드가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벤처펀드의 해외 주식시장 상장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펀드에 참여한 투자자의 자금회수와 추가 투자를 위한 펀딩(자금조달) 목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 부재로 고질적인 자금회수난을 겪고 있는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이번 상장프로젝트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펀딩 및 투자활동을 펼치고 있는 엠벤처투자는 이르면 이달 벤처펀드(아시아퍼시픽벤처투자조합)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조합원(펀드투자자) 총회 승인 후 주식 상장을 위한 심사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공모 준비단계를 밟고 있다.
엠벤처투자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벤처펀드 출자자들이 이 회사 지분을 받는 주식스와프 형태로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투자자들이 당장 현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SPC회사가 공모 또는 상장해 주식 거래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아시아퍼시픽벤처투자조합은 2004년 283억원 규모로 해외에서 결성한 역외(오프쇼어)펀드다. 국내 투자자가 전체 자금의 60%, 중화권에서 40%를 출자했으며 만기는 한 차례 연장해 2013년에 도래한다. 엠벤처투자 관계자는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도 회수하고 공모를 통해 펀드 규모도 늘리게 된다”면서 “현재 상장주간사와 공모가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뉴스의 눈>
‘자금회수(Exit)와 펀딩의 새로운 장이 열릴까?’
엠벤처투자가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벤처펀드의 주식시장 상장은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업계의 두 가지 큰 골칫거리인 자금회수와 펀딩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다. 벤처캐피털의 가장 큰 난제는 자금회수다. 미국은 인수합병(M&A)시장이 크게 열려 있어 벤처캐피털 업계는 피투자 벤처기업이 상장을 원치 않거나 또는 주식시장이 불황 시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의 자금회수 수단을 보면 M&A가 각각 89.2%와 72.3%로 상장(IPO)비율인 10.8%와 27.7%를 크게 앞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M&A 비중이 10~20% 수준에 불과하다. 펀드 만기가 도래할수록 벤처캐피털 업체는 회수 수단 한계로 조바심을 보이고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 상장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압박을 한다는 비난도 듣는다.
엠벤처투자는 이를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펀드 후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물론 주가가 안정적으로 오른다는 것을 전제했을 경우다.
현재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연다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내놓고 있다. 상장을 한다고 해도 펀드 포트폴리오(투자사)가 수십개에 달할 경우, 이를 투자자들이 얼마나 이해해 제대로 평가할 것인지 하는 시각이다. 또 상장 후 관리의 부담도 거론한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엠벤처투자 시도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자금도 회수하고 추가 자금도 조달하는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것이어서 업계 관심이 높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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