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를 일각에서는 상징적 법안이라고 하는데, 상징적 의미로 사람을 잡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용경 창조한국당 국회의원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라면 결의문 정도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셧다운제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다.
지난 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셧다운제 반대 토론자로 나섰던 이 의원은 “음주가 게임 보다 사회적 비용을 더 유발하지만, 무차별적으로 막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자정부터 6시까지 ‘묻지마 셧다운’을 하자는 것인데, 이 같은 청소년 보호라는 정책적 목표를 이룰 수도 없고,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용자와 적용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일괄 적용하는 법안은 실효성도 낮고 무차별적 규제라는 설명이다.
“카이스트에서 자살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고 학교 문을 닫지는 않습니다. 1등만 해본 학생들에게 경쟁 속에서 좌절하지 않게 도와주고 재도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우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게임의 부작용에 대한 대응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게임을 스트레스 해소와 건전한 놀이로 잘 활용해왔던 청소년들조차 자유롭게 게임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을 걱정했다. 소위 역차별에 대한 우려도 피력했다.
강제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게임에 무분별하게 접속하는 현상도 부작용으로 예상했다.
일방적 규제에 반대하는 이 의원은 그러나 게임업계의 소통이나 자정 노력 부족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 동안 게임 과몰입이나 사회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게임업계가 앞장서서 광범위한 이용자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게임 과몰입 정도를 파악하고, 적절한 자율정화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셧다운제 같은 과격한 법안이 나온 것도 게임업계가 자정의 노력이나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등한시한 결과 아닐까요”라고 반문하면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게임회사들이 자율적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한 팀을 이뤄 즐길 수 있는 가족게임 등 사회적 건강성을 지켜낼 수 있는 게임사의 기획과 시도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부모 세대도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가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부모들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시간과 관심을 주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제도적으로 부모들이 게임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그는 주문했다.
이 의원은 당장 게임산업이 입을 피해보다 장기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는 것을 염려했다. 가령 ‘노는 것’은 악이고, ‘공부하는 것’은 선이라는 인식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경 의원은 이와 함께 “게임은 콘텐츠를 담는 하나의 그릇으로, 왜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석·김명희기자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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