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디바이스를 넘어서는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 시대로 옮겨갈 것입니다."
워런 이스트 AR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산업이 디바이스를 넘어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비욘드 모바일`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글과 애플이 열어 놓고 ARM이 동참한 세계 모바일 산업지도가 전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뜻이다. 인터뷰에 앞서 이스트 CEO는 `디지털 세상을 위한 ARM 아키텍처`라고 적힌 명함을 건넸다. ARM은 앞으로 모든 디바이스가 소통하는 `초연결사회`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에까지 ARM이 설계한 반도체가 내장되고 이것들이 서로 통신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비즈니스가 탄생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모바일 혁명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기술 혁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욘드 모바일` 목표와 수치도 분명히 했다.
이스트 CEO는 "지난해 ARM이 설계하고 판매한 CPU는 61억개다. 전체 시장 중 약 30%인데 나머지 70% 시장은 여전히 기회로 남아 있다"며 "비욘드 모바일 시대에는 시장점유율도 70% 이상으로 높여가고 시장 크기도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RM은 1990년 설립된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다. 종업원은 1700명에 달하며 지난해 매출은 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모바일과 노트북PC에서 두뇌 기능을 하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를 설계하고 그 결과를 애플, 삼성전자, 퀄컴, TI 등 제조업체에 판매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공가도를 달렸다. 즉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외주 업체인 셈.
ARM은 모바일 시대에 `게임 법칙`이 바뀌면서 더 부각됐다.
PC 시대에는 멀티태스킹이나 멀티미디어 같은 고성능 제품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모바일 시대로 전환되면서 저전력 칩 필요성이 높아졌다. ARM은 지난 10년간 저전력 설계기술을 개발해 왔는데 `모바일`이 PC를 넘어서면서 인텔과 경쟁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전 세계 MP3와 스마트폰, 태블릿PC 중 95%에는 ARM이 설계한 칩이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스트 CEO는 `ARM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ARM은 처음부터 저전력과 간편함에 초점을 맞추고 모바일에 집중했다. 왜냐하면 그 분야에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저전력에 단순한 칩을 만들면 디지털TV, 자동차 등 많은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IT업계 최대 화두인 `비즈니스 모델 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RM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과 협력`이란 시대정신을 구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ARM은 과거 MS윈도와 인텔 합성어인 윈텔(WinTel) 동맹과 같이 구글 안드로이드(Android)와 묶어 `암드로이드(ARMDroid)` 또는 `괌(GARMㆍGoogle+ARM)`이란 단어로도 불린다.
이스트 CEO는 "인텔과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은 ARM이 아닌 ARM 커뮤니티다. 삼성, TI 등과 같이 일하는 ARM 커뮤니티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방형 플랫폼과 생태계(에코시스템)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21세기에 적합하다. 왜냐하면 투자와 성과를 공유하고 같이 나누는 것이 더 낫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ARM 기반 기술의 경쟁은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한다. 그리고 그 혁신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고 개방과 협력 원칙에 대해서도 밝혔다.
■ He is…
워런 이스트 ARM 최고경영자는 2001년 10월 CEO에 임명된 이후 10년간 ARM을 이끌고 있다.
1994년 ARM에 합류해 컨설팅 사업 부문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투자전문 주간지 배론즈가 그를 스티브 잡스 애플 CEO, 래리 엘리스 오라클 CEO와 함께 세계 30대 주요 CEO에 선정하기도 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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