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스마트빅뱅, 스마트라이프] <14>N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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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끊김없는 정보의 흐름 ‘N스크린’

 

 제약회사에 다니는 정진주(28)씨는 요즘 출퇴근이 예전처럼 ‘지옥’같진 않다. 집에서 어제 저녁에 방영한 드라마를 PC에서 VOD로 시청하다 출근길에 올라도 스마트폰으로 이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퇴근할 땐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보던 영화를 집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TV로 바로 감상할 수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

 

  N스크린은 하나의 콘텐츠를 스마트폰, PC, TV 등 여러 단말기를 통해 끊김 없이(Seamless)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N스크린에서 ‘N’은 어떤 수도 들어갈 수 있는 불특정 자연수(Natural Number)를 가리키며 ‘스크린’은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여러 대의 단말기 장치를 의미한다. N스크린의 콘텐츠는 단말기가 아니라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불러와 감상할 수 있다.

 왜 이런 서비스가 나오게 됐을까. 과거에는 화면을 장악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비교적 명확했다. TV는 방송사에서, 휴대폰은 이동통신사가, PC는 거대한 포털 회사들이 꽉 잡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기, 네트워크, 콘텐츠, 플랫폼 등의 진화와 함께 이런 구분들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PC에서 즐기던 서비스들을 휴대폰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고, PC나 휴대폰을 통해 다운받은 웹 동영상을 TV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즉 TV, 휴대폰, PC 스크린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졌다. 이에 N스크린이라는 ‘멀티형’ 서비스가 태동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N스크린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서비스가 아니다. 시초는 미국의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AT&T가 2007년 내놓은 ‘쓰리 스크린 플레이 스트레티지(3 Screen-Play Strategy)’다. TV, 휴대폰, PC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동기화하는 서비스였는데 성공하진 못했다. 애플이 2007년 내놓은 애플TV도 N스크린 전략의 일환이었다. 애플의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휴대폰에서 즐기던 서비스를 TV화면으로 옮겨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아이폰의 성공에 비하자면 애플TV에 대한 시장반응은 영 썰렁했다.

  AT&T와 애플이 2007년 야심 차게 내놓은 서비스들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번거롭고 불편’하며 ‘아무리 매력적인 콘텐츠가 풍부해도 TV에서 뭔가를 보기 위해 컴퓨터를 켜야 하거나 검색을 해야 하는 일은 귀찮다’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당시 N스크린은 하나의 사업자가 여러 서비스들을 수직 통합한 것에 불과했을 뿐 사용자의 스크린 이용행태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향후 N스크린 전략을 짜야할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N스크린 서비스를 가능케하는 3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스마트폰이다. 그간 피처폰이라는 단말기 사양은 동영상 시청이나 인터넷 접속을 통한 데이터 이용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는 단말기 사양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바일 인터넷 생태계가 온전하게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이용이 용이해졌다.

 또 스마트TV 역시 N스크린에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TV는 일방향적인 수동적 시청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스마트화로 양방향적인 능동성을 띈다. 이 역시 최적의 동기화가 됐다.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 기술은 클라우딩 컴퓨팅 기술이다. 개인정보에서부터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파일 및 엑셀, 파워포인트 작업까지 모든 자료를 특정한 하나의 디바이스에 보관할 필요없이 인터넷 접속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무한한 가상의 스토리지를 가능케한다.

 N스크린에는 셀 수 없는 특허들이 응집해있다. N스크린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요소 기술로는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휴대단말이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종망간 IP 이동성 제어기술’, 다양한 엑세스망에서 좋은 통신품질을 선택해 최적의 통신환경을 제공하는 ‘품질 지향의 액세스망 선택 기술’, 그리고 사용자의 정보를 저장해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프로파일 및 인증 제어기술’, 이동에 따른 핸드오버 지연 감소를 통해 서비스 품질보장을 제공받을 수 있는 ‘고속 핸드오버 인증 제어기능’, 마지막으로 사용자의 미디어 품질 상태 변화를 동적으로 적용하는 ‘적응형 미디어 지원 품질관리’ 기술 등이다.

 

 

 ◇통신사들의 N스크린 전략은?

 

 국내 통신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KT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장터 ‘올레마켓’의 N스크린용 콘텐츠 1000여 개를 고객들이 돈을 주고 사면 인터넷TV(IP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레마켓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OS에 관계없이 구동되는 HTML5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이 6일 출시됨에 따라 아이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KT는 앞으로 자사 IPTV인 올레TV의 콘텐츠를 대폭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N스크린 서비스 전략을 세웠다. 올레TV 앱을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에서도 IPTV를 볼 수 있다.

 지난 1월 ‘호핀’을 출시한 SK텔레콤은 전용 단말기인 갤럭시S 호핀에서만 가능했던 서비스를다른 단말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호핀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단말기 제조사와 협의해 스마트폰에 호핀 앱을 기본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갤럭시S 2는 기본 탑재가 확정됐다. SK텔레콤은 이날부터 와이파이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스트리밍 서비스를 3G 망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했으며, 콘텐츠 다운로드 속도와 화질도 개선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폰과 TV를 연결하는 전용 거치대인 ‘크래들’을 없애고 올 하반기부터 연결 케이블로 대체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 슛 앤드 플레이(U+ Shoot & Play)’는 무선 홈 네트워크 기술 표준인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를 활용한다. 스마트TV, 게임기, 오디오,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DLNA를 적용한 기기들에 저장된 콘텐츠를 와이파이나 3G 등 무선망을 활용해 직접 옮겨 가면서 볼 수 있다. 콘텐츠를 클라우드 서버에 따로 올리는 작업이 필요 없다. 집 안에서는 와이파이로 N스크린을 즐기고, 집 밖에서는 3G를 활용해 집 안의 디지털 기기에 있는 동영상·사진·음악 등 콘텐츠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불러서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 IPTV인 유플러스 TV(U+ TV)의 셋톱박스를 개량해 DLNA가 적용되지 않은 일반 TV에서도 유플러스 슛 앤드 플레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N스크린 쟁점 몇가지 ‘콘텐츠와 저작권’

 

 N스크린 관련한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출시되고 있다. 통신사 뿐 아니라 방송사, 포털 등 그간 TV, PC, 통신 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기업들은 모두 N스크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각 업종별로 N스크린 전략을 강구하고 있지만 저작권료와 콘텐츠 확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N스크린 서비스 활성화에 쟁점이 될 전망이다.우선 콘텐츠를 보유한 사업자들은 스크린이 하나 더 생기는 만큼 추가 저작권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지불해야 할 저작권료가 늘어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콘텐츠 확보도 문제다. ‘실시간 지상파 채널’이 미디어 전략의 핵심인 만큼 각 사업자들은 지상파 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수익 배분과 저작권 등의 이유로 콘텐츠 제공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N스크린으로 인해 콘텐츠의 가치가 증가한다면서 플랫폼이 늘어나도 사업자들이 대가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며 “지상파 콘텐츠는 무료라는 사업자들의 인식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광고 플랫폼이 아직 활성화 되지 않아 N스크린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N스크린 경쟁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면서 N스크린 전쟁의 승리자는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안석현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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