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구동에 필요한 핵심 칩을 개발하는 아나패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차세대 3D TV 등에 쓰일 타이밍컨트롤러(T-con) 개발을 삼성전자 측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부품은 일본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가 일본 자인의 설계를 받아 생산한 뒤 삼성전자 등에 공급해 왔지만 지난달 동일본 대지진 후 르네사스의 생산 여건이 정상화되지 않아 부품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D TV와 스마트TV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 국내 업체와 협력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한국 전자업계가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이참에 미뤄왔던 국산화에 발 벗고 나섰다. 부품난에 직면한 국내 업체들은 해외 공급 경로를 확대하기에 앞서 부품 국산화 가능성을 먼저 체크하고 있다. 이는 최근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기류와도 맞물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어보브반도체와 함께 가전제품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오는 11월까지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어보브반도체는 주로 저가형 소형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MCU를 개발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일본 지진 이후에는 대형 가전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MCU를 하나의 칩으로 만들기 위해 LG전자와 공동 개발에 나섰다. 전 세계 MCU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도시바가 일본 지진 영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데다 일본 부품 의존도가 과도하면 생산 중단 리스크에 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이닉스도 반도체 핵심 장비를 국산화하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협력업체와 장비 공동 개발을 통해 일본 미국 등의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원가를 절감하겠다는 포석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칩을 수직으로 쌓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웨이퍼 적층 패키징 공법 적용)를 국산화하기 위해 국내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이 장비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말 100여 개 국내 협력업체와 함께 부품 국산화 전시회를 개최하고 국산화율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활발히 논의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인쇄회로기판(PCB), 파워모듈,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기는 일본을 비롯해 유럽ㆍ대만 업체에서 관련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자부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설비 중 핵심 품목 50개를 선정해 국내 협력업체들이 국산화 과제에 적극 동참하도록 독려한 행사"라며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향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ㆍ소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자업체 경영진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LG전자 TV사업을 이끌고 있는 권희원 HE사업본부장(부사장)은 최근 청주사업장을 방문했다. 권 부사장은 "부품이 없으면 최종 제품이 완성돼 나올 수 없다"며 "관련 부품 개발은 결국 완제품의 품질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가 소유한 기술 특허를 협력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협력업체의 관련 부품이나 소재를 개발할 경우에 한해 적용되지만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중소기업들은 일본 부품ㆍ소재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부품ㆍ소재 경쟁력을 강화해 일본 지진 사태 이후 동아시아 산업 재편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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