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이며, 오늘은 제44회 과학의 날이다.
과학의 날을 기념하는 것이 벌써 마흔 해를 넘겼지만 올해 과학계는 기쁨보다 시름이 깊다. 과학의 날을 맞아 이제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을 때다. 과학기술이 묻고 과학기술이 답할 때다.
◇과학기술의 근원 묻고 자성할 때=지난달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과 쓰나미의 영향으로 일본 후쿠시마현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성물질이 대량 누출됐고, 이 상황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더구나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들이 모인 KAIST에서 귀중한 목숨이 잇따라 생을 마감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장의 두려움을 다스리는 것과 함께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다루고 활용하는 사람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확신이나 과신이 낳는 무서운 결과를 직시하고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지나친 경쟁적 연구 환경이 학생들을 피폐한 정신 상태로 몰아붙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과학계는 원자력과 방사성물질, 원전의 안전성 등을 두고 토론회와 세미나를 잇달아 열었다. 정부는 전국의 대기와 빗물 등에서 방사성물질의 검출 여부를 매일 발표하고 있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 두려움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과학계가 과학기술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 번 되짚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기도 하다.
올해 전 세계는 기상이변과 지진 및 해일 등으로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었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 지진, 뉴질랜드 화산 폭발, 미국 토네이도 등이 입힌 피해는 전 세계에 두려움을 전파했다. 더구나 지진은 세계 주요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지진 빈발 국가로 대비가 철저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혔던 일본에서는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영향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고 현재와 같은 처참한 원전 사고가 빚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그 피해가 한두 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KAIST에서 잇따른 학생 자살 사건도 이 대학 내부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최고의 수재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피폐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전 사회적인 관심과 사랑이 절실한 때다.
◇과학의 날 시초는 민족운동=과학의 날은 1967년 4월 21일 설립된 과학기술처 탄생 1주년을 맞아 1968년 4월 21일부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국민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과학기술발전에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지정, 운영되고 있다.
과학의 날은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잡지인 ‘과학조선’을 창간하고 과학기술보급회를 창립한 김용관 선생이 ‘생활의 과학화! 과학의 생활화!’를 목표로 1934년 4월 19일에 과학의 날 행사를 개최해 대대적인 국민계몽운동을 전개한데서 비롯됐다.
그 당시 기본정신은 ‘우리의 모든 생활방법을 과학적으로 개선하자!’ ‘다 같이 손잡고 과학조선을 건설하기 위하여 분기하자!’ 등의 구호에서 볼 수 있듯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민족의 힘을 기르고, 이를 토대로 독립을 앞당기기 위한 민족운동이었다.
일제가 과학의 날을 핑계로 민족운동을 전개한다고 김용관 선생을 감옥에 가두고 행사를 중지시킨 것을 정부가 과학기술처 설립을 계기로 부활시킨 것이다.
한편 1934년 당시 최초의 과학의 날을 4월 19일로 정한 것은 인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진화론의 주창자 찰스 다윈의 사망일을 따른 것이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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