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입출기(ATM) 업체들이 담합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336억여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융자동화기기 업체 담합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ATM 판매단가 급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ATM 업계가 거액의 과징금까지 물면서 최악의 경영상황으로 몰릴 위기에 놓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ATM 등 판매가격을 공동 결정하고 판매물량을 상호 배분한 4개 ATM 제조사에 336억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노틸러스효성 170억1200만원, LG엔시스 118억7000만원, 청호컴넷 32억5100만원, 에프케이엠 14억8800만원 등이다.
이들 제조사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시중은행·농협·수협·새마을금고·신협 등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ATM, 현금자동출금기(CD) 판매가격과 개조비용의 최저 가격을 설정하는 등 담합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난 2004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구매처별로 ATM·CD 판매자를 지정해 물량배분까지 담합함으로써 경쟁을 회피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담합이 시작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ATM기의 판매단가를 확인해보면 판매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담합조사가 시작된 2009년 4월 이후 하락, 2009년 3월 대당 3040만원에서 올해는 1248만원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담합이 시작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 ATM의 최고 판매단가는 1900만원에서 꾸준히 상승해 2200만원까지 기록했다. 2009년 3월 당시 ATM의 대당 가격은 3000만원대 였으나 4월 공정위가 담합조사에 착수한 이후에는 가격이 하락해 올해 초에는 대당 1200만원대 까지 하락했다.
공정위 조사가 발표되자 관련 업체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산정에 다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가격이 상승한 것은 모두 담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단가가 환율 때문에 오른 것도 한몫했다”며 “이때 판매된 모든 제품에 담합을 적용해 부과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의제기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ATM 단가가 60~70% 폭락하면서 일부 업체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어서 이번 과징금 부과로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청호컴넷은 지난해 출혈경쟁 여파로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권상희·장지영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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