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유쾌하게 즐기는 날, 거짓말을 해도 용인되는 날, ‘만우절’을 맞아 네이버 검색창에는 만우절의 유래와 가장 유명한 만우절 거짓말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네티즌이 많았다.
만우절은 서양에서 유래된 것으로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이라고 하며, 이날 누군가의 선의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을 ‘4월 바보(April’s Fool)’ 또는 프랑스어로 ‘푸아송 다브릴’이라고 부른다.
만우절의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16세기 프랑스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춘분부터 4월 1일까지를 새해의 시작으로 여겼는데, 이때를 맞아 봄 축제가 열리고 새해를 기원하며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이 있었다.
1564년 당시 프랑스 국왕 샤를 9세가 기존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역법을 변경하면서 신년이 지금의 1월 1일로 바뀌었다. 하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4월 1일을 새해의 시작이라고 여겨 신년 축제를 준비했고, 신년잔치 흉내를 내는 놀이를 했다. 이것이 유럽 각국에 퍼져 축제일이 됐다.
인도에서 기원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인도에서는 춘분부터 불교의 설법이 행해져 3월 31일에 끝났으나 신자들이 수행 기간이 끝난 후 4월 1일부터 수행의 효력도 없이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 수행이 끝나는 날 남에게 헛심부름을 시키는 등 장난을 치며 즐겼다는 설이 전해진다.
만우절에는 공신력을 자랑하는 각국의 방송이나 정부기관에서도 거짓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영국 BBC방송은 1957년 ‘파노라마’라는 프로그램에서 스위스에 ‘스파게티 나무’가 있다며 이를 수확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많은 영국인들을 깜빡 속인 대표적인 만우절 기념 방송 사례로 꼽힌다.
1996년에는 미국의 식품 프랜차이즈 ‘타코벨’이 자유의 종을 사들여 ‘타코 자유의 종’으로 이름을 변경했다고 뉴욕타임즈에 광고를 실었는데 사실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마이클 맥커리가 링컨기념관도 포드에 팔려 ‘포드 링컨 머큐리 기념관’으로 바뀔 것이라고 브리핑하기도 했다.
195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 방송국에 확인전화를 했으며,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피살되었다는 보도는 한 네티즌이 CNN 모방 사이트를 만들어 거짓으로 암살 기사를 실은 것이었는데 세계의 많은 방송국들이 이를 후속 보도했다가 사과방송을 냈으며 국내 주식시장도 한 때 혼란에 빠졌었다.
만우절에는 웬만한 장난은 용인되지만, 소방서나 경찰서 등 공공기관은 끊이지 않는 장난전화로 정작 중요한 긴급신고에는 출동하지 못하는 고충을 겪는다. 이 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부터 만우절에 허위신고 등 장난전화를 하다 적발되면 최고 200만원까지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른 이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도가 지나친 거짓말은 아무리 선의라고 하더라도 용인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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