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3DTV 기술 우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이틀 간격으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모적인 논쟁과 감정적인 맞대응을 자제키로 하면서 가라앉는 듯 보였던 싸움이 또 불거졌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자사 엔지니어들을 ‘멍청한 XX’로 비하한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내용 증명을 발송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통해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s)’을 만들자는 업계 전반의 공감대는 물건너 가는 모양새다. LG디스플레이는 공개 석상에서 자사 엔지니어들이 욕설까지 동원된 발언으로 매도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쟁을 지켜보면 지난 2004년 당시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의 도쿄 발언이 떠오른다. 지금은 LG전자의 수장인 구 부회장은 5세대 선발 투자를 통해 LCD 업계 1위를 탈환한 자신감을 토대로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5세대 양산 경쟁에서 뒤쳐진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전범(戰犯)’으로 비유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수위만 놓고 보면, 이번에 문제가 된 발언과 경중을 따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법적 대응보다는 절치부심해, 6세대를 건너뛰고 7세대로 직행함으로써 LCD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평판디스플레이(FPD)는 물론이고 TV, 휴대폰 등 우리나라 대표 수출 산업의 급성장 이면에는 이처럼 삼성과 LG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말싸움’이 핵심 변수가 되지는 않았다. 결국 연구개발과 기술력의 싸움이었다. 감정을 동원한 말싸움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넘어 실망감만을 안길 뿐이다. 과거의 교훈을 토대로 미래로 나아가는 삼성과 LG의 자세가 아쉽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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