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Odyssey) 새벽.’ 프랑스가 진두에 선 서방연합군이 리비아 카다피 정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감행한 군사공격의 이름은 2700년 전 트로이전쟁을 그린 호메로스의 대서사시에서 따왔다. 주인공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귀환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것이니, 현재 프랑스 등 다국적군의 전쟁관은 호메로스·오디세우스와 같은 쪽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정하게 헬레나(리비아 국민생명·정서)를 빼앗아간 트로이는 함락시켜야할 카다피로 연결되는 것이다.
UN 안보리 결의문(17일, 이하 현지시각)이 나오자마자 1차(19일), 2차(20일) 공습까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이뤄진 군사행동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깔려있다. 리비아가 속한 북아프리카는 물론 아프리카 전역에 대한 외교·군사적 영향력 행사를 통해 이 지역 경제 및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소위 강대국간 경쟁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에 비해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서의 발언권 및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번 작전에 프랑스가 항공모함 발진 등 가장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전 미국의 이라크 공습(사막의 폭풍, 충격과 공포) 작전에 프랑스가 반대 입장을 취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강대국 미국은 대규모 군사작전에 아예 ‘힘’을 과시하는 표현을 담는다. 폭풍, 공포, 정신 등의 작전명을 택하는 이유다. 반면, 이번에 프랑스는 힘 보다는 ‘명분’을 담으려 애쓴 듯 하다. 고대서사시까지 들춰가며, 역사적이고 합당한 이유를 만들려한 의도가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 감춰진 경제적·정치적 목적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 그 목적이 명분보다 훨씬 크고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카다피의 장기집권과 민간인 공격, 정치적 탄압은 국제적인 절차를 통해 제재하면 된다.하지만 프랑스 및 강대국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오디세이의 전쟁은 승리한 자의 기록이지, 그 가치가 현재의 인류 가치와 부합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점이다.
이진호 정책담당 차장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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