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3·4호기 저장조에 보관하고 있던 사용후핵연료의 안전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사용후핵연료의 현황 및 관리에 관심이 모아졌다.
후쿠시마 4호기의 경우 방사성 물질 유출의 발원지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의 원자력협력협정을 놓고 그동안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수용 여부가 항상 관건으로 부각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이 중요한 이유는 이 과정을 거칠 경우, 원전의 핵심연료인 우라늄을 다시 쓸 수 있는데다 핵폐기물도 크게 줄어들긴 하지만 원자폭탄을 제조할 우라늄과 플루토늄 농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1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국내 원전에서 발생된 사용후핵연료는 향후 건설될 소외 중간저장시설로 운송하기 전 잔열 냉각을 위해 원전 내 저장수조나 저장시설에 일정기간 동안 보관하고 있다.
◇국내원전 1만톤 이상 보관 중=KINS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고리·영광·울진·월성 총 4개 발전소에 1만1370MTU(우라늄톤)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에는 ‘하나로’ 연구로에 0.7MTU, 조사후 시험시설에 3.3MTU가 있다.
고리 1호기(60만㎾급) 경수로형 발전소에서는 매년 14MTU, 고리 3, 4호기(100만㎾급)발전소에서는 19MTU, 월성 가압중수로 원전에서는 95MTU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
관리는 발전소 내 저장시설 용량의 초과에 대비해 각 원전별로 조밀렉 방법(조밀저장대로 교체, 조밀 저장대 추가설치), 부지내 운반저장, 건식저장시설 추가 등에 의해 저장용량을 확장해 사용하고 있다.
◇영광원전 2016년이면 포화=그러나 고리 1·2호기의 경우는 더 이상 조밀렉 방법 적용이 어려워 여기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를 고리 3·4호기 저장 수조에 이송 저장하고 있다.
월성의 경우는 발전소 내 저장수조의 저장능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건설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공간 부족현상은 막을 길이 없다. 경주 방폐장 조성이 끝나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일본 원전사태로 인해 조성작업이 순조로울지 두고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전문가들은 고리와 영광원전은 2016년, 울진 2017년, 월성 2018년 저장고가 포화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시설 보관 및 관리는?=연구시설의 사용후핵연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 하나로에서는 최대 20년분을 수조에 저장할 수 있다. 조사후 시험시설에서는 가압경수로형 핵연료집합체를 최대 20다발까지 저장할 수 있다.
연료봉을 절단해 채취한 시편은 조사 후 시험시설 내 핫셀에 보관하고 있다.
지난 1985년 연구용 원자로 1·2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봉 299개를 1998년 미국으로 모두 보냈다.
◇미국 파이로프로세싱에 민감한 이유=연료로 사용한 우라늄을 재처리할 경우 3~5%에 불과하던 핵연료의 농축도를 원자폭탄 제조가 가능한 90% 이상으로 언제든 올릴 수 있다. 원자폭탄이 터지기 위해서는 80%이상의 농축이면 된다.
이 때문에 오는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을 놓고 한·미간 파이로프로세싱의 허용 여부를 놓고 밀고 당기는 게임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KINS 관계자는 “연구용원자로에서 발생하는 핵연료 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국내 원전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원자력연구원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