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생물(生物)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처럼 조직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두 사람의 의지나 간단한 명령만으로는 조직의 변화는 요원하다. 조직에 소속된 구성원 하나하나가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협력해야만 조직은 변할 수 있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조직 구성원 간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필자는 매주 금요일이면 10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편지를 쓴다. 편지는 일주일 동안 느낀 소소한 감상, 경영일상, 사회이슈, 사내동정 등으로 채워진다.
‘편지’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가진 장점은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편지는 다분히 정서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CEO와 직원의 관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다. 정서적으로 친밀한 사람 사이에는 소통이 쉽고, 소통이 원활한 조직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CEO가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지시하는 일은 간단하다. 그러나 지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용하는지는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들의 반응을 살펴야만 확인된다. 같은 맥락에서 CEO의 편지 역시 피드백(답장)이 중요하다. 편지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일방적인 것이라면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 일종의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조직은 파열이 생긴다. CEO의 편지에 많은 직원들의 답장이 도착했다. 직원들에게도 편지가 소통의 창구였다는 뜻이다. 한 달새 2000통이 넘는 답장이 쌓였다. 주고 받은 편지가 쌓이고 쌓여 최근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는 책으로 묶어내기에 이르렀다.
공감의 힘은 크다. CEO의 생각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 혹은 직원들의 생각에 대한 CEO의 공감은 매우 중요하다. 공감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 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경영 방법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현장 실상에 대해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기업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 조직 구성원들이 CEO의 생각에 공감하고 CEO가 직원들의 공감에 화답할 때, 그 조직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조직의 내부 결속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공감하는 ‘소통’은 거창한 계획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임직원들이 함께 마라톤을 하거나 임직원간 격의 없는 편안한 식사자리를 마련하는 등 ‘스킨십 경영’, ‘소통경영’에 열을 쏟고 있다. 이와 같은 작은 노력이 모여 조직은 하나가 되고 살아 움직이는 건강한 생물(生物)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건강하게 살아 숨쉬는 생물, 조직이라는 바로 그 생물을 키워나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태섭 KDC그룹 회장 s2011107@kdc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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