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위기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17일 방사선 게이트(측정기)가 설치된 인천국제공항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일본 하네다공항을 출발해 이날 오전 8시53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대부분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어 갈수록 커지는 현지의 `방사선 공포`를 짐작케 했다.
입국 심사대 바로 옆에는 `문형감시기`라고 불리는 두 개의 기다란 봉이 있고 이 사이를 입국자가 지나가면 봉 안에 설치된 `섬광비례계수기`가 반응해 방사선 오염 여부를 가려준다.
방사선을 검색하는 데는 10초가 채 걸리지 않지만 승객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가 방사선에 오염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초록색 불이 들어오자 안심한 듯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사이타마(埼玉)현에 산다는 강민아(32.여)씨는 "야마가타현의 방사선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얘기를 들어 한국에 오면 어떻게든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임신 중이라서 더 걱정됐는데 이렇게 측정을 해주니 좋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방사선 오염이 의심되면 별도로 마련된 기기를 이용해 신체 부위별로 오염 정도를 자세히 측정하게 돼있지만 특별기 4대를 포함해 이날 새벽 들어온 항공기 승객들 중 오염 의심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권정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에서 오는 분들이 방사선 오염을 우려하고 우리 기관에 직접 문의를 하는 분들도 많아서 방사선 체크를 해드리고 있다"며 "아직까지 오염자로 판단된 경우가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을 드나드는 여행객이 많은 김포공항에도 방사선 게이트를 설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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