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45분 1985.32, 오후 1시 15분 1882.09.
15일 코스피의 최고치와 최저치다. 3시간30분 사이에 103.23포인트가 움직인 것이다. 코스피가 1900 선을 뚫고 추락할 때, 증권가에서는 풍문 하나가 돌았다.
"후쿠시마 2호기 폭발, 바람 방향이 한국 쪽으로 바뀜. (원전 폭발 관련 바람이) 이르면 오늘 오후 4시에 한국 도착 가능."
일본 지진 후, 증시의 관심이 온통 원전 추가 폭발로 쏠린 상황에서 이 같은 소문은 증시의 불안감을 키웠다. 위축된 심리는 투매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반면 방사능 먼지를 잡는 필터 생산업체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웰크론의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기상청 확인 결과, 소문은 낭설로 밝혀졌다. 일단 지구 자전과 연계된 편서풍은 지구가 현재처럼 도는 이상 절대로 바뀔 수 없다.
그래도 남는 우려는 지상을 포함한 낮은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다. 이때는 동풍이 가능하다. 일본 동쪽 근해에서 동풍이 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동풍이 대한해협을 건너올 가능성은 `제로(0)`다.
김승배 대변인은 "선풍기 3m 앞에서 담배연기를 선풍기 방향으로 분다고 해서 담배연기가 선풍기 쪽으로 가겠나"라며 "루머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방사능 낙진이 한국에 도달하려면 1000㎞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 가능하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며 "그럴 만한 거대한 힘을 가진 기류는 현재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쪽에서 서풍이 강하게 불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동풍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결국 불안감에 시장이 요동쳤다는 말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조그마한 것 하나에도 투자 심리가 심하게 움직인다"며 "출렁였던 주가는 이 같은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풋옵션을 들고 있는 일부 투기 세력이 시장을 교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렸다"는 말도 나왔다. 자연 재앙 속 혼란을 틈타 한몫 챙기겠다는 이들의 수작 속 코스피가 출렁였다는 얘기다.
소문의 진원지 실체 여부와 상관없이 15일 증시의 투자 심리는 `일본 지진 속보`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오가는 속에 잔뜩 움츠렸다.
[매일경제 김대원 기자/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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