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저축은행 사태로 `반짝 특수`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시중은행들이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연이은 영업정지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저축은행 예금 가입자들이 시중은행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개인 수신 기반 확대에 조직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와 기준 금리 인상 기대 등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개인 수신 기반을 확대할 좋은 기회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권, 요구불예금 증가세 뚜렷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18일 57조5천803억원에서 25일 59조3천916억원으로 1조8천11억원 증가했다.

저축성예금은 같은 기간 118조4천210억원에서 119조1천290억원으로 7천80억원 늘었다.

신한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17일 34조9천472억원에서 23일 36조4천722억원으로 1조5천250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2월 총수신도 지난 1월 대비 3조원이상 늘어났다.

우리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2월 말 현재 155조4천804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2천53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 측은 주로 기업 대상의 예금 등의 수신 비중이 높아 개인 예금보다 기업 수신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산 지역에서는 기존 저축은행 고객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은행 부산 초량지점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기존 저축은행을 거래하던 고객의 은행 내점이 많아졌다"며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저축은행 예금을 대지급 받으려고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는 개인 고객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진 지난 2월 중순 이후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인 MMDA 잔액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기업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월 11조5천472억원에서 2월 11조6천280억원으로 800억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MMDA에는 1월 5조836억원에서 2월 5조3천729억원으로 3천300억원 수준 늘어났다.

산업은행은 금리 경쟁력만 있다면 저축은행 예금 이탈자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산은의 정기예금 금리는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4.5~5.5%)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수신 전문 지점으로 오픈한 산은의 반포와 이촌지점의 경우 2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이러한 현상은 2월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반포와 이촌지점은 지난 1월 24일 개점 이후 지난 7일까지 각각 830억원과 450억원의 수신을 유치했다.

◇"저축은행 반사이익 기대 아직 일러"

현금을 은행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요구불 예금의 증가는 저축은행 예금 가입자의 이탈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은행권 일각에서는 2월 요구불예금 증가만으로 저축은행 자금의 은행권 이동을 단정 지을 순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요구불 예금이 아닌 정기예금 가입 잔액이 증가해야만 저축은행 부실에 따른 은행권의 반사이익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당시 고객 문의가 많았고 수신도 늘었지만, 저축은행 고객이 은행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저축은행 고객이 은행으로 자금을 이전했다면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수준이 은행권보다 높은 편이어서 현재까지는 금리만 물어보는 저축은행 고객이 많다"며 "저축은행 고객이 실제 신규 예금 가입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저축성 예금 증가세가 뚜렷하다"며 "그러나 정기예금 잔액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 아직 저축은행 자금이 은행권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2월말 정기예금 잔액은 11조6천119억원으로 저축은행 사태에 불구 전달보다 오히려 268억원이 줄어든 11조6천387억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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