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휴대폰 판매 · LG공장 가동 중단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현지 휴대폰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LG전자가 공장가동을 잠정 중단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현지 관세청 등 관공서가 문을 닫아 수입품 통관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주재원들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현지에 진출한 36개 국내 기업들에도 적잖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 사태가 발생한 이후 약탈과 방화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이집트 현지 판매점은 모두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 주요 거래처와의 판매활동도 잠정 중단해 이번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모든 마케팅과 판촉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집트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월 평균 30만대를 판매해 총 300만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집트 시장은 중·아 지역을 포괄하는 핵심 지역으로 해외 수출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경우 1000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다”며 “휴대폰은 크기가 작아 물류비용이나 이동성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사태가 진정되면 바로 판매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로 휴대폰·선박부품·기계부품 등을 실어 나르는 직항 화물기 운행사들 역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세 명의 삼성전자 주재원은 제3의 장소에 대피 중이며, 이들의 가족들은 이미 본국으로 대피한 상태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150㎞ 떨어진 이스말리아에서 TV공장을 운영 중인 LG전자는 TV생산 라인을 일시 중단했다. LG전자 이스말리아 공장은 브라운관·CRT TV를 생산해, 중동 및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산법인에 근무하는 주재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으며, 가족들은 한국으로 귀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공장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현지 물류창고에 대한 외곽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주재원 가족은 한국으로 급히 대피시켰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사태 초기라서 눈에 띄는 피해는 없지만 장기화될 것을 예상해 정부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집트는 중동에서 UAE·이란·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수출시장으로, 국내 전자업체들은 TV·휴대폰·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자동차부품·합성수지·건설중장비·변압기·타이어·축전지·의약품 등 총 22억4000만달러어치를 이 시장으로 수출했다.
서동규·김원석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