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백의종군 `박병엽의 힘` "팬택 부활은 원천기술 덕분"

"팬택이 그동안 성과가 나쁘지 않았고, 재무적으로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에 선도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채권단이 좋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팬택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류희경 부행장이 29일 "팬택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올해 예정된 기한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백의종군`하며 워크아웃을 이끌어 온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박 부회장은 휴일인 30일에도 거래처인 미국 AT&T와 버라이존 본사를 찾아가 임원들과 미팅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매일경제와 국제전화 통화에서 박 부회장은 "아직 워크아웃이 끝난 게 아니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휴대폰 시장이 인텔리전스 모바일 디바이스로 바뀌고 있고, 팬택은 기술기업으로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연내 졸업에 대한 자신감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일본 미국 유럽 등지를 당일치기 또는 무박3일 일정으로 출장 다니는 그의 강행군과 매일 아침 직원들과의 난상토론, 휴일 없는 사무실 고행 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다.

산업은행이 팬택 워크아웃에 대해 공식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한 대기업 중 예정된 기한 내 워크아웃을 마친 사례가 없었다.

구멍가게로 시작해 매출 3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가 추락한 뒤 5년간 이뤄진 창살 없는 감옥생활 청산을 눈앞에 둔 박병엽 신화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한 편의 `드라마`다.

팬택은 1991년 당시 맥슨전자에서 근무했던 박 부회장이 경기도 부천에 있던 33.05㎡(약 10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4000만원으로 직원 6명과 함께 시작한 기업이다. 이동통신 붐을 맞아 이후 15년간 연평균 65%씩 성장했다. 현대큐리텔, SK텔레텍 등을 인수하며 외형도 키웠다. 전 세계 휴대폰 업계 7위에도 올랐다. 하지만 2006년 휴대폰 시장 침체와 해외시장 부진, SK텔레텍 인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겹치며 결국 부도를 맞았다.

박 부회장이 빛을 발한 건 오히려 이때부터다. 평가액이 4000억원에 가까웠던 자신의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채권단을 설득해 2007년 4월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 이후 그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워크아웃 중에도 총 7000억원을 기술개발비로 투자했다. 올해도 2600억원을 신규 투자할 예정이다.

채권단도 이런 박 부회장을 신뢰했다. 지난해 3월 팬택은 박 부회장에게 스톡옵션 1억6400만주를 부여했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회사 CEO에게 스톡옵션이 부여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마침내 박 부회장은 일을 냈다. 워크아웃 돌입 후 14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베가` `시리우스` 등 스마트폰 8개를 내놓고 매출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2조7000억원가량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를 앞선 게 큰 성과다.

"지금도 휴대폰에 바쳐온 인생을 걸고 대기업과 싸우고 있다"는 박 부회장은 "꾸준히 쌓아온 원천기술이 마침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박 부회장이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대주주 자격을 회복할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상장폐지된 팬택은 지분 85%를 채권단이 가지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일단 "워크아웃 졸업 이후로 아직은 먼 얘기"라는 반응이다. 팬택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스톡옵션이나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지분을 회복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태근 기자/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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