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9>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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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과학’ 교과서를 미리 들춰 보면 확 달라진 내용에 적잖이 놀란다. 첫 단원이 우주의 ‘빅뱅’으로 시작하는가 싶더니 ‘행성의 대기’를 설명하는 코너에서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 CO₂ 구조 같은 물리·화학 개념이 동시에 나온다. 소위 ‘융합형 과학교과서’가 일선 학교에 등장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기술 우수인력 양성의 토대를 만들고자 역점을 두고 기획한 사업이 새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수많은 과학이슈는 예전에 배웠던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과목으로 나눠 생각하기 힘듭니다. 과학현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동시에 왜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관심을 끌도록 교과서를 개선했습니다.”

 정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새해 화두로 우수 과학인력 양성을 꼽았다.

 미래강국은 결국 과학기술로 결정되며 과학기술의 바탕은 바로 우수인력이라는 게 그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창의성 있는 교육체계를 완성하고 미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동안 창의인성교육, 창의체험활동, 교육기부운동을 통해 구축한 과학창의 교육기반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현장에 정착시키는 작업을 새해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융합형교과서는 물론이고 전국에 만 여곳에 달하는 콘텐츠 교육 창의체험 지도도 완성했다. 초중등에서부터 고학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STEAM’ 프로젝트는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다. 국내 우수 선생들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든 교과연구회도 지난해 400개에서 올해는 1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까지 경쟁과 도전정신을 비탕으로 한 교육이 주도했다면 글로벌시대에 세계주역을 양성하는 교육체제는 창의와 비전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래 인재는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로 창의·인성교육은 미래인재양성의 핵심 패러다임입니다. 창의·인성교육이란 창의성 교육과 인성교육의 독자적인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두 교육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서 올바른 인성과 도덕적 판단력을 구비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죠.”

 -과학창의재단으로 출범한지 3년이 되어갑니다. 그 동안의 성과는 어떤가요.

 ▲재단이 ‘과학소통과 창의·인성 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출범한지 2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년간은 새롭게 출범한 기관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청소년 과학활동 지원, 수학·과학교육 경쟁력 강화, 창의·인성교육, 영재교육 체제확립 등의 기반을 조성해 왔습니다.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새해는 이러한 기반위에 재단 전 직원이 전문성, 경쟁력, 네트워크를 갖춰 가시적인 성과와 학교현장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청소년 과학활동지원, 과학소통, 미래융합문화, 수학·과학교육, 창의·인성교육, 영재사업 등의 다양한 사업을 피라미드형의 사업연계구조를 갖춰서 유기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올해 재단이 역점을 두는 사업을 간추린다면.

 ▲올해 재단은 STS와 STEAM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기관 사업들을 연계하고 고급화해 미래사회의 변화를 선도코자 합니다.

 과학소통(STS, Science, Technology & Society)은 ‘미래사회 과학기술의 영향과 역할’을 뜻하며 융합과 소통, 대화와 협력에 기반 한 창의적 선진 과학기술문화의 요체입니다. 또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을 뜻하는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 Mathematics)은 과학기술 및 예술적 소양을 갖춘 융합형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입니다.

 또 창의·인성 교육 실현을 위한 창의적 체험활동의 기반을 확충하려 합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초중고 학교현장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다양화·고급화하고 이를 현장에 보급하는 데 역량을 모을 계획입니다.

 이 밖에 융합카페 활성화, 창의적인 융합문화 페스티벌 개최, 영역 간 전문가 협력 확대 등을 통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문화예술의 교류와 소통을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학교현장에서 시행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부쩍 강조하시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창의적 체험활동은 2009 개정교육과정에 의해 새해부터 학교에서 본격 시행됩니다. 한마디로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 외 창의·인성교육으로 기존의 재량활동, 특별활동을 통합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재편한 것입니다.

 정규 교과과정의 벽을 뛰어 넘어 학생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영역의 지적·신체적 체험활동을 통합적으로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하는 학습 프로그램들을 말합니다.

 글로벌 인재로 소양을 높이기 위해서는 함께 소통하는 토론·실험·봉사 중심의 창의적인 체험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창의적 체험활동에 필요한 자원과 프로그램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창의체험통합정보넷(www.crezone.net)’이라는 포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기부운동이라는 것은 어떤 개념인가요.

 ▲중요한 얘기입니다. 이제는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하고 있죠. 과거에 좋은 기업이란 ‘좋은 물건 싸게 파는 기업’이었다면, 오늘날의 좋은 기업이란 ‘윤리경영·친환경·사회봉사’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해 나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산·학·연 지식재산 교육기부운동은 ‘KOREKA(Korea Oriented Resource & Education & Knowledge in Action)’라고 하는데요,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학이 힘과 지혜를 모아 기업이나 연구소의 지식재산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공여하고자 하는 교육기부운동입니다. 산·학·연이 창의적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공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이나 연구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선진사회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재단은 지역사회의 시설과 프로그램,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하고 정부 출연 연구소나 각 부처 산하기관, 기업, NGO 등의 지식재산을 창의적 체험활동에 적극 활용하는 산·학·연 지식재산 교육기부운동을 추진 중입니다.

 한국우주항공산업(KAI), 현대제철 등 기업들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개발 또는 운영 중이고, 과학기술출연연구소,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소속 연구소 등과 MOU를 체결해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미래는 ‘융합의 시대’라고 하는데 이와 관련된 사업도 있습니까.

 ▲당연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 간 대화와 협력, 교류와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사회변화, 발전의 선도요소였지만 이제는 과학기술이 인문사회, 정치, 경제 문화, 예술과 연계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각자의 담을 낮추고, 깊이를 깊게 함으로써 미래융합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죠.

 재단은 과학시각화, 과학스토리텔링, 융합창작공연 지원, 융합카페 운영 등을 통해 과학과 인문·예술분야와의 만남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해 왔습니다.

 올해에도 융합사업들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면서 성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융합행사도 새롭게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대표적으로 성인대상 융합체험행사인 ‘융합문화페스티벌’을 새롭게 기획하여 범국민적 융합문화 축제의 장으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창의리소스센터가 설립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올해 사업방향을 제시한다면.

 ▲창의리소스센터는 국내·외 우수기관과 연계해 영상, 실험, 교과 자료와 같은 창의리소스 1만여 점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수법을 개발해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죠.

 창의리소스 분류 체계의 수립과 독자적 개발을 추진했고 해외 주요 과학교육기관과의 리소스 교류 네트워크을 구축했습니다. 초·중학교 수학·과학 수석교사 등 선도교사 대상 연수를 실시하였습니다.

 올해는 특히 창의·인성과 관련한 기관 네트워크 및 전문가 풀을 구축해 우수교사와 창의·인성교육 전문가들의 활동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창의·인성 리소스를 개발해 학교현장에 보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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