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의 풀뿌리 역할을 하는 개발자 지원 사업이 정부의 예산 중단으로 없어지거나 규모가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셧다운제’ 등 규제 강화에 이어 게임산업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마저 흔들리는 현실은 정부가 외치는 ‘세계 3대 게임 강국 진입’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시작, 지난해까지 8회 동안 이어지던 ‘대한민국 인디게임 공모전’이 올해는 열리기 힘든 지경에 처했다.
공모전 개최가 불투명한 이유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공모전 관련 예산으로 5000만원 정도를 편성했는데 올해는 이를 없앴다. 공모전은 상금과 행사 진행비 등 약 65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문화부 예산이 사라지면서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진 셈이다.
공모전은 8회를 거치면서 국내 유일의 아마추어 개발자 등용문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2003년 첫 번째 행사 때 29편에 불과하던 응모작은 2008년 200편을 넘어섰다.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참가자의 폭도 넓어졌다.
수상작 가운데는 세계적 인디게임 수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도 있다. 작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서강대 게임교육원 개발팀 ‘터틀크림’의 ‘슈가큐브’는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차이나 IGF(Indie Game Festival)에서 1등을 차지했다.
김영진 청강대 교수는 “게임산업은 아마추어 개발자라도 아이디어 하나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꿈을 키우는 풀뿌리 개발자들에게 그나마 하나 있던 공모전이 없어진다면 정부의 게임산업 지원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들의 최대 행사인 KGC(Korea Game Conference)도 위기다. 문화부의 KGC 지원 예산은 2010년 5억5000만원에서 올해는 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09년 지원금액 6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반 토막 났다.
KGC는 지난 2001년부터 10년을 거치면서 국내외 유명 강사들이 최신 게임개발 경향과 지식을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장으로 성장했다. 작년 행사에는 5000명이 넘는 개발자가 104명의 강연을 듣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KGC를 주최하는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이승훈 회장은 “행사 규모가 축소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예년 수준을 유지하긴 쉽지 않다”라며 “항공료나 숙박비 등을 제공해야 하는 해외 유명 개발자를 데려오는 일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화부 측은 “공모전이나 KGC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기획재정부와의 예산 협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삭감됐다”라며 “다른 방향으로 개발자를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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