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민간경쟁 유도 등을 이유로 매각을 추진해온 안전성평가연구소(KIT) 유사시설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중복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독성 및 안전성 평가 출연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KIT)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유사 기관 2곳에 총 419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경부는 최근 안전성평가연구소 매각주관사인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오리엔트바이오와 글렌우드투자자문 2개 업체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KIT는 정부가 지난 2002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부설기관으로 독립시켜 2만700㎡ 규모에 영장류시험동과 비설치류 시험동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 업무는 화학물질과 신약후보물질 등의 실험동물을 통한 독성 및 안전성 평가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KIT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시설로 지경부 산하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헬스케어연구소와 호서대 안전성평가센터가 현재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헬스케어연구소는 3만3000㎡의 부지에 오는 2013년까지 290억원을 들여 전임상 시험인증기반 구축과 생물자원 정보DB 구축,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 기업 지원 및 인력 양성 등을 목표로 연구소 건립을 진행 중이다.
또 호서대 안전성평가센터는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총 129억원을 들여 화학물질 시험평가 및 연구기반 구축, 시험평가인력 양성, 원스톱 기업지원체제 및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센터를 설립한다.
출연연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유사시설 매각을 추진하고, 다른 쪽에서는 수백억원씩 예산을 투입해 같은 기능의 시설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같은 부처 내에서도 관할부서가 다르다 보니 정책 상호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시설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부처 관리 관계자는 “잔류독성 시험 등을 하고 있지만 복잡한 사정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다 유해물질 분석에 독성이 쓰이긴 하지만 실험용 동물을 사용할 것이냐는 향후 검토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KIT는 조만간 입찰 적격 후보를 선정해 2주간 예비실사를 진행한 후 이달 말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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